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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언론에 관하여

묻고 싶다.

밝은 창 2017. 12. 19. 11:05


며칠 전 인터넷상에 난 언론 기사를 보고 잠깐 흥분했었다.

제목이 왕이, 문 대통령 악수에 어깨 두드리며 화답.. 외교적 결례?’ ... 뭐 이런 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요컨대 우리 대통령이 악수를 하면서 친근감의 표시로 중국 외교부장인 왕이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는데, 왕이가 그에 화답하는 형태로 대통령의 어깨를 툭툭 쳤다는 거다.

 

그걸 보는 순간,

? 이게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

일개 외교 부장이 국빈 방문 중인 상대국 대통령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인사를 해?

그것도 같은 동양 문화권인 중국에서?

저절로 두 눈이 똥그래지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이 되나?

문화가 서로 완전히 다른 엉뚱한 곳이라면, 문화의 차이에 따라 혹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와 의식구조가 거의 같은 중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동양 문화권에서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인사하는 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행위다.

중국도 우리와 차이가 없을 거다.

따라서 만약 진짜 그런 식으로 인사했다면, 분명히 엄청난 결례다.

아니, 결례를 넘어 오만 방자한 행위로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다.

으드드드득 ~

 

마치 내가 모욕을 당한 거 같았다.

가슴은 쿵쿵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엥?

나중에 자료 화면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어깨가 아니라 팔이었다.

대통령이 친근감의 표시로 팔을 툭툭 치니, 팔꿈치 부분을 한번 툭 치면서 화답한 모양새다.

 

물론 그 장면도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결례, ‘오만 방자니 하면서 흥분할 상황은 아니었던 거 같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 화부터 냈던 셈 이다.

 

중요한 것은,

기사를 보면서 상상했던 장면과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거다.

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기사의 내용을 교묘히 바꿔왔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사실을 철저히 왜곡하는 사례도 꽤 많았다.

따라서 그 점에 비춰보면,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건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과 연결되는 거다.

애교 수준이라고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묻고 싶다.

그 기사를 쓴 기자는 현장을 직접 보고 쓴 건가?

귀동냥으로 그냥 써 갈긴 건 아닌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렇게 쓴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