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본 우리의 언론 현실 본문

단상 ; 언론에 관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본 우리의 언론 현실

밝은 창 2016. 11. 13. 14:58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터지게 된 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한 방송사의 '태블릿 피시 공개 특종' 덕분이었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게이트에 대한 분위기 형성은 어느 정도 되어 있었다.

그 특종이 터지기 약 한달 전부터, 한 신문사가 미르 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 문제를 계속해서 다루며 최순실을 거명했고, 곧 이어서 다른 언론사들도 서서히 그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재단의 설립이나 운영 등에 관한 제반 문제점과 그 과정에 최순실이 연루되었다는 여러 정황증거들은 나타났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별 수 없이 '의혹제기' 수준에서 머물고 있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그렇지만 비록 의혹수준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은 그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것이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정권의 핵심적인 문제점'이라는 걸 알고 있던 사람들은 더욱 더 그랬다.


당연히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그 문제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계속 될 수밖에 없었고, 그 내용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답변들이 등장하고 그것이 보도되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위 '카더라' 통신도 속속 등장했다.


바로 그때,

박근혜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개헌'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분위기가 점점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자,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이었다.


개헌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건 모든 이슈를 삼킬 수 있는 블랙홀이기 때문에, 개헌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던 기존의 태도를 갑자기 바꾸어 버린 것이다.

놀라운 변신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 의도는 뻔했다.

재단과 최순실로 향하던 언론과 사람들의 시선을 확 돌리려는 것이었다.

그가 얘기한 것처럼, 그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는 거대한 블랙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하면 정권재창출을 위한 유리한 포석까지도 가능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뉴스 시간에 특종이 터져버린 것이다.

비장의 블랙홀조차도 맥을 못 추고 빨려 들어갈 초대형 급 블랙홀의 등장.

기가 막힌 반전이었다.


너무나도 분명한 증거가 제시되자, 박근혜는 공개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는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이고.... ,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JTBC의 특종이 터진 바로 그날,

지상파 3사 (KBS, MBC, SBS)는 물론이고, 여타 방송사들은 모두 '개헌'에 초점을 맞춰 뉴스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랬다가 특종의 내용을 접하곤, 아연실색, 우왕좌왕....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혼란을 겪었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 다음날 박근혜의 대국민 사과가 나올 정도로 파괴력이 큰 초대형 특종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사 기자들과 관계자들의 탄식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특히 지상파 3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자괴감은 매우 컸단다.

그들이 경쟁상대로 생각조차 하지 않던 방송사의 특종과, 자신들의 헛발질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


당연히 뜻있는 기자들의 반발이 나타났다.

KBS에서는 기자들이 재단과 최순실에 대한 취재를 강화하자고 제의했었는데, 상부에서 막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각종 뉴스 보도에 간섭과 제약이 많았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기껏 준비해놓고 정작 방송을 타지 못한 자료도 많단다.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이 터진 것이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성토가 있었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KBS와 비슷한 분위기가 주요 언론사들의 내부에 팽배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들의 그런 성토가 없어도,

언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주요 언론사들의 상부에 있는 사람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제대로 된 보도가 없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상식.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언론사들의 이런 행태.

정권 눈치 보기...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정권의 시녀 화'까지도 거론된다는 게 언론의 슬픈 현주소 아닌가.

.......


내가 주목한 것은,

그리고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느 방송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자들의 반발 모임에서 있었다는 발언 한 토막이다.

어느 기자가 "만약 우리가 그 태블릿 피시를 발견해서 가져왔다면, 과연 저렇게 보도 될 수 있었을까??" 라고 의문 섞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 발언을 전해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율이 느껴졌다.

아 ~ 맞아 ~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동안의 언론사들 분위기로 봤을 때,

몇몇이 쉬쉬하고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 몇몇은 호의호식하고, 좋은 자리로 영전하며 희희낙락할 수 있겠지.


하지만 국민들은 까맣게 몰랐을 거 아닌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내부는 점점 더 썩어갔을 테고....


'개헌'이라는 커다란 카드를 던져놓았으니,

언론의 초점은 그쪽으로 맞추어질 것이고,

박근혜는 적절한 시점에 '근거 없는 유언비어는 국론을 분열하는 책동'... 어쩌고 하면서 반격했을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


으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