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 본문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약 20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가 너무 짧은 것을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걸을 때마다 아슬아슬할 정도로 짧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단순히 길이만 짧은 것이 아니라 몸에 착 달라붙어서 웬만한 미니스커트를 뺨치고 있었다.
아무리 양보를 해서 너그럽게 생각을 해도 학생이 입을 옷은 아니었다.
교복이라기보다 섹시함을 과시하기위한 옷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성 개방의식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그냥 웃어넘기곤 곧 잊었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거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여학생들이 따라하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잠깐 걱정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현실이 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
중고교 여학생들 중에 짧은 교복 치마를 입는 학생이 많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동안 길거리에서 가끔 여학생들이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보긴 했는데, 그 양상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이다.
그 기사의 사진을 보니 대부분 미니스커트 수준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땐 텔레비전 등 영상매체의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고생으로 나오는 배우의 교복 복장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내가 일본에서 본 모습과 거의 흡사한 교복 치마를 입고 나온 그 출연자들이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대 히트를 친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를 볼 때, 속으로 '야, 이거 학생들의 교복 옷차림에 영향을 많이 주겠는데..... ' 했었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화 된 거 같다는 얘기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여고생들이 모두 이런 교복 치마 입고 나오던데 나는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이렇게 질문하는 여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분석을 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 학생들의 심리적인 요인 두 가지가 합쳐져서 일어난 거 같다.
첫째는 선망하는 마음이다.
날씬하고 예쁜 탤런트들이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있는 걸 보니 참 예쁘던데 나도 그렇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
둘째는 집단 동료의식이다.
몇 명이 그렇게 시작하고 나서 조금씩 동조자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동료의식이 작동한다.
같이 하지 않으면 왕따 당하는 거 같은 느낌.
그것이 같이 동조하게끔 하는 거 아닐까.
따라서 일단 동료의식이 작동해서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 막기는 어려운 법.
이미 시청률 높은 드라마 등에서 섹시한 학생 교복에 대해 선망하는 마음을 수많은 학생들에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내 기억으로는 '꽃보다 남자' 이후에도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슷한 복장이 많이 선보였었다.
즉 첫 번째 심리적인 요인이 한 두 사람에게서 나타난 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광범위하게 발생하여 동조자가 들불처럼 번지는 것이기 때문에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얘기다.
드라마 등에서 학생 역할을 하는 배우들은 복장 등에 신경을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나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 학생 역할을 할 때 더 그렇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제작자와 연출자(감독)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이 배우의 복장도 결정짓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높은 시청률이나 관람객의 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섹시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동안 '벗기기 경쟁' 이라는 말도 유행하지 않았나.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경제 원칙에 입각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돈이 들어가는 투자인데 보다 많은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따라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그런 류의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굳이 교복을 섹시하게 입혀서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닌가?
학생들 복장을 섹시하게 연출한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자나 감독은,
그렇게 하면 시청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고,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얄팍한 마음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보기 바란다.
관계 당국에서도 이런 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얘기다.
제작자나 감독들까지 참석하는 연석회의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는 것도 좋겠지.
사실 이런 얘기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통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칫 그런 류의 통제를 권유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믿고 싶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속해있는 이 사회와 나라의 건전한 발전과 장래에 대해 같이 고민하자는 거다.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황폐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청소년이 많이 발생할수록 우리의 미래는 그만큼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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