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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살아가는 이야기

공정위는 선도적 조치에 신경써야...

밝은 창 2013. 7. 15. 15:22

 

 


최근에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가입 절차를 밟다보니 우스운 것이 보였다.

개인의 정보를 협력회사 등에 제공하는 것을 동의하느냐고 물어보는 내용이 있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보았다.

그런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가입이 되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왜 물어보나?

그냥 동의해야만 가입되고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하지, 물어보긴 왜 물어봐?

순전히 자기들 면피용으로 하는 거 아닌가.

물어봤는데 당사자가 동의했다고 책임회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소위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하는 프랜차이즈 계약에서도 비슷하다.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구성된 계약서를 내밀면서 계약을 재촉한다.

계약서를 내밀기 전까지는 갖은 감언이설로 유혹을 해놓고선, 막상 계약단계에 이르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상호간에 협의를 할 부분은 거의 없다.

한쪽에서 자신들 마음대로 만든 내용을 다른 쪽이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선택만 있다.

그런데 막상 그 단계에 이르면 대부분이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있다고 보면 된다.

이미 회사가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놓았기 때문이다.


즉 회원가입을 권유할 때나 프랜차이즈 계약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가입을 하고 싶게끔 이미 해놓았기 때문에 약관이나 계약서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실은 그런 서류 작업이 가장 중요한데도 그런 건 등한시 하고, 화려한 구두 약속을 더 믿는 우리의 풍토.

세세하게 따지는 걸 싫어하는 습관.

그런 것들을 회사는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회원의 정보를 잘못 유출하여 발생하는 문제나 프랜차이즈 운영을 하면서 생기는 각종 문제에 대해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모든 책임은 을의 책임으로 귀속되는 것이다.


소비자나 계약 당사자부터 조심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약관이나 계약서 등의 내용에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을 하고 거기에 대한 시정을 명령할 수 있는 기관이 시정을 강제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전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나타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여 몇몇 약관이나 계약서에 대한 점검을 하고 개정 권유를 하기도 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간헐적으로 그럴 것이 아니라 수시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계약을 할 때 공정위 또는 공정위가 인정하는 중재기관이나 인증기관의 점검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 있을 것이다.

약관이나 계약서 등을 미리 공정위에 제출해서 확인받게끔 하는 제도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

요컨대 문제의 발생 자체를 막는 선도적 조치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약관이나 계약서를 제시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그건 아니다.

공정위에서 표준 안을 제시한지가 꽤 오래 된 걸로 아는데,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 문제없다는 생각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고 안일한 자세다.

각종 문제와 법적인 갈등이 커다란 사회문제로까지 번졌을 때에야 비로소 움직이는 예전의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공정위는 그 기관의 설립 취지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함'에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소수의 회사보다는 대다수의 약한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선도적으로 할 필요 있다는 거다.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발을 하겠지만 그런 것 때문에 머뭇거리면 안 된다.

우리 사회에 갑의 입장을 옹호해주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