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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살아가는 이야기

기성세대의 반성이 필요하다.

밝은 창 2013. 3. 14. 10:55

 

어느 이면도로에 있는 건널목 부근.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유치원 교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상대로 길을 건너는 요령 교육을 하는 모양이었다.

파란색 신호등이 켜지면 한쪽 손을 높이 들고 건널목을 건너는 그런 훈련.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어떤 중년의 남자가 적색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널목을 건너갔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길을 건넜다.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이면도로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별 다른 의식 없이 건너다닌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당황하는 아이들의 표정.

선생님이 알려준 거와 다르게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길을 건너는 어른 때문에 혼란스러운 거다.

어떤 아이는 손가락으로 그  사람을 가리키며 유치원 교사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표정을 짓는다.


곤혹스러워하는 유치원 교사.

거리가 있어서 그 교사가 뭐라고 변명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마 대충 얼버무리지 않았을까?


 

 

최근에 한 단체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부자가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라는 질문에 15~30세의 40.1%가 부자를 택했다고 한다.

또한 '거짓말을 하거나 부패를 저지르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 중 인생에서 더 성공한 사람을 골라 달라는 질문에 51.9%가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을 뽑았다고 한다.


결국 정직하게 살면 돈을 벌지 못하거나 성공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오히려 거짓말하거나 부패를 저질러야 인생에서 성공한다고 젊은이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얘긴데,.. 이거 심각한 거 아닌가?



조금 다른 조사에서는,

'남의 물건을 주워서 내가 가져도 괜찮다.' 고 대답한 비율이 초등학생 36%, 중학생 51%, 고등학생 62%였다고 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윤리의식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고등학생 44%가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 라고 응답했다는 거다.

중학생은 28%, 초등학생은 12%가 같은 대답을 했단다.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교육을 받을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더 나빠지고 있으니 말이다.

.........



조사를 진행한 단체에서의 분석은,

이 모든 것이 경쟁위주, 성적위주의 교육을 시켜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하면서

청렴 등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 같다.


어느 정도는 맞는 분석과 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모두 다 기성세대가 잘못 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란 얘기다.

정의롭지 못하고,

반칙을 일삼고,

질서를 잘 지키지 않고,

무조건 돈이 최고라는 사고방식 등으로 살고 있는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이라는 거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라는 거울에 나타난 모습은 결국 어른들 모습.

그런데도 그것을 보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거울을 어떻게 고쳐보겠다고 나선다면 말이 되나?


어른이 자신은 똑바로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잘하라고 하는 것은 웃기는 거다.

마치 윗물이 저는 더러우면서 아랫물 보고 맑으라고 하는 거나 같다.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성세대의 자정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무리 교육정책을 만지작거리고, 교육현장을 독려해도 결국은 공염불이 될 확률 높다고 할 것이다.



앞의 얘기로 다시 가서,

유치원생들이 교육을 받을 때 무심코 신호등을 어기고 지나간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유치원생들에게 나쁜 인식의 단초를 하나 심어준 거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그런 예를 하나 둘 자꾸 보게 된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 했다간, 오히려 손해 보기 쉽다는 인식을 점점 더 확고히 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돈이 최고라는 인식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심해진다.

커갈수록 사회 구석구석의 그런 면을 더 많이 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준법이나 도덕을 지키는 것은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기성세대들부터 심각하게 반성을 해야 한다.

그냥 반성만 할 게 아니라 바꾸는 노력도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서,

가장 기초적인 사회질서나 도덕 같은 것을 지키자는 움직임 같은 거라도 있음 좋을 거 같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은 그런 거부터....

 

그렇게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움직임들이 정착하다보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