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본문
최근 몇 년간 친구들 모임에 가면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모이기만 하면 대통령 욕을 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치를 못한다는 거다.
술자리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단순한 모임에서도 화제는 곧잘 대통령 씹어대는 것으로 바뀌곤 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에는 대통령 욕이 뚝 끊어졌다.
가끔 정치 얘기가 나오면 전직 대통령 욕하는 건 봤어도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신기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정치를 잘했나?
그런가??
의문이다.
정치란 아무리 잘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욕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왜 잠잠했을까?
틈만 나면 욕하던 사람들이 말이다.
한마디로 언론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권력의 잘못을 제대로 지적해야 하는 언론.
그들이 공평하지 못해서 생긴 현상 아닌가? 해서다.
지난 정부 시절과 이번 정부 시절의 언론은 달라도 보통 다른 게 아니다.
같은 언론사인데도 어찌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전 정부 시절엔 대통령의 단순한 말실수 같은 것도 무슨 대단한 일이나 생긴 것처럼 잘근잘근 씹어대던 언론이,
이번 정부엔 그런 것은 아예 관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전에는 뉴스거리가 될 수 없는 내용도 박박 긁어서 시중의 잡담거리로 만들더니,
이번엔 비슷한 내용들이 생겨도 거의 외면해 버렸다.
게다가 어지간한 비리나 사건은 대충 적당히 넘어가는 분위기가 많았다.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해도,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 정부 같았으면 나라가 뒤집어진 듯 한동안 호들갑 떨며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을 텐데,
그냥 보통의 사건 다루듯이 하고 말았다.
그뿐 아니라,
심지어는 정부를 옹호하는 것 같은 냄새도 많이 났다.
전에는 난리를 치던 그 사람들... 어찌 그렇게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들이 되셨는지 원.
뉴스의 내용도 영 달랐다.
같은 사안이라도 신문 1면 톱으로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쓰는 거 하고, 속에 있는 중간 면에 적당히 나오는 거 하고는 엄청난 차이.
텔레비전 뉴스 첫머리에 나오는 거 하고,
몇 가지 다른 것을 내보내고 난 다음에 잠깐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또한 관련기사로 도배를 하거나 며칠씩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거 하고,
기사 내용을 간단하게 하거나 한두 번 나오고 마는 것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적당히 양비론으로 몰고 가서 야당도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바람에 초점을 흐리기까지 했다.
게다가 기사 제목을 뽑는 건 또 어떤가.
의도가 뻔히 보이는 아주 치졸한 기사 제목들.
그건 또 왜 그렇게 다르게 하는지.....
전에는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별 거 아닌데도 마치 뭐 대단한 일이라도 터진 것처럼 제목을 뽑아내더니,
이번엔 반대로 대단한 일이 터졌는데도, 별 거 아닌 것처럼 제목을 붙였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말을 하자고 보면 끝이 없을 거 같다.
그런데 일일이 거론을 하자니 역겹기도 하고 기가 차서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
어쨌든 이런 수법들(^^) 이 먹혀들어서 노린 만큼의 효과를 거둔 거 같다는 거다.
예전엔 입에 거품을 물면서 대통령과 정부를 성토하던 사람들이 요 몇 년간 조용한 걸 보면 말이다.
세상에 대한 정보를 자기가 보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에서만 얻는 세대나 사람들은 그곳에서 주는 메시지가 정보의 전부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니 언론사가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즉 언론사의 의도대로 춤을 출 수밖에 없다.
그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떤 신문을 구독하는지 또는 어떤 방송을 보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대화할 때 그들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한다.
자신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세상 돌아가는 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언론의 책임자들은 아마도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있을 거 같다.
자기들 뜻대로 여론이 움직이니 얼마나 좋겠는가.
어쩌면 '세상은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정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정권의 언론 장악 의도 때문 아니겠나.
정권이 바뀌자마자 그들은 공영 언론사들의 최고 책임자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바꾸었다.
임기가 남아있건 말건 무조건 바꾸어 버렸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기사나 보도는 하루라도 빨리 막아야 된다고 판단해서였을 것이다.
공영 언론이 아닌 일반 언론사들의 실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 중의 상당수는 이미 이번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거나 높이고 싶어서, 자신들의 이익과 반대된다고 판단되는 세력엔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고,
내편이라고 생각되는 세력엔 관대하거나 아부를 해왔다.
그런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권이 들어섰으니...
하지만 적어도 '언론'이라는 말을 하려면 그래선 안 되는 거 아닌가?
언론사는 일반 사기업과 구분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기업과는 달리 공익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언론사다.
그래서 특수성을 인정받는 거 아니겠나.
자신들에게 조금만 불리하면 '언론의 자유'니 '언론의 특수성' 이니 하는 말들을 들먹이며 공익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하는 짓은 일반 사기업보다 더 심하다면 문제 있는 거 아닌가?
.......
우리나라 언론이 그렇게 극과 극을 오간 것은 문제가 많다.
전 정부에 대해 취한 자세도 문제가 있고, 이번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도 정도는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들을 오도할 우려가 너무 크다.
나라와 국민들의 바람직한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도 크다.
언론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독재국가의 길을 갈 우려가 있다.
독재가 별 건가?
한 사람의 뜻대로 대다수의 국민들을 움직이려고 하는 게 바로 독재 아닌가.
그런데 그러려면 언론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히틀러를 비롯한 독재자들이 언론부터 장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거 아니겠나.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이만 줄이고,
언론사 책임자들에게 새삼,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한번 던져보고 싶다.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초등학생들에게나 할 질문 아니냐고 힐난할지 모르겠지만,
원래 모든 해답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찾는 법.
그런 의미에서,
이런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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