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는 첫걸음 소식, 반갑다. 본문
신문기사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주요 내용을 요약보자면,
'서민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표방한 새로운 법무법인이 문을 열었단다.
소속 변호사 10명 가운데 8명이 올해 로스쿨을 졸업한 1기생이라고...
이들은 집이 없고 월수입 350만 원이하인 사람에겐 소송 종류 및 규모와 상관없이 수임료를 150만 원이하로만 받기로 했다고 한다.
대다수 법무법인이나 개인 변호사들이
이혼소송이나 단순 형사사건도 최저 300만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반값 수임료'인 셈
보통 소송액이 1억을 넘으면 500만원, 경우에 따라서는 1000만 ~ 2000만원까지 받는 등 소송 규모에 따라 수임료가 뛰는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저가 수임료란다.
교통사고 등 2000만 원이하 소액 소송에 한해 100만 ~200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법무법인이 있기도 하지만,
사건 종류나 규모와 상관없이 의뢰인의 경제상태만 보고 수임료를 정하는 법무법인이 생긴 것은 처음이란다.
이 신문기사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드디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첫걸음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로스쿨 도입 취지는 서민과 중산층이 법률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것이 가장 크다.
변호사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서민이나 중산층에게도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 그동안의 실정 아닌가.
과거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동적으로 기득권층으로 편입되는 코스를 밟았다고 할 수 있다.
판사나 검사를 거쳐서 변호사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선발인원을 늘려서 처음부터 변호사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지만
이미 선배 변호사들이 쌓아놓은 성 안에서 같이 움직였기 때문에 부를 쌓는 것은 쉬웠다.
그러다보니 사법고시는 소위 말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코스'로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용'이 되다보니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용'과 일반인들 간의 거리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그리고
'용'이 되기 위해서 폐인이 되는 거까지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도 고려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소위 '법조인'이라는 기득권층이 심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동안 언론들도 부정적인 면을 집중해서 보도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금년에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여러 가지 기사가 넘쳐났고,
그 중에는 막상 변호사 자격을 따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내용이 많았다.
기업체에서 변호사 자격 가진 사람을 대우하는 게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뉴스거리가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변호사의 위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대나 상황에 맞게 변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한때 사람들의 선망대상이었던 직업이나 자격이 나중에 그냥 평범해진 예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거꾸로 별 볼일 없던 직업이나 자격이 선망대상에 들어가는 경우도 제법 된다.
즉 변화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과거의 잣대로만 맞추어 보면 안 된다.
그리고 변호사들도 이제는 특권의식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나?
그런 시대가 왔음을 자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동안 언론에서 단골로 언급된 부정적인 면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로스쿨의 '높은 수업료'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수업료가 비싸서 부유층 자식들만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부의 대물림을 위한 '귀족학교'라는 지적이다.
쉽게 얘기해서 '개천에서 용 나는 기회'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
내가 볼 때 이것은 어느 정도 타당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료가 비싸서 일반인들이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지적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사법고시 준비를 하려고 해도 돈이 제법 들어가기 때문에 별 차이 없다고 강변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어쨌든 기본적으로 수업료가 비싸다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동안 언론보도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지적만 했지 대안 제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볼 때는
기득권층의 논리에 편승하여 로스쿨 제도 자체를 흔드는데 주력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었다.
수업료가 비싸서 서민의 자제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는지 등을 조명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런 면을 보기가 어려웠다.
우선 수업료가 왜 비싼지, 내릴 방법은 없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장학금 제도 등을 확충하여 서민들도 지원할 수 있게끔 한다든지,
학자금 대출 제도 같은 것을 활용하게 할 방법은 없는지 등등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어느 제도나 장점과 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장점에 대한 보도는 거의 찾기 힘들고 단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 있다.
그리고 단점을 지적했다면,
그것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조명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도입여부를 따져보는 단계라면 몰라도,
이미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동안 변호사들은 거의 부자들만 상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서민이나 중산층은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어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들과 변호사들은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고, 나머지 일반인들은 무시당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후진국의 전형적인 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소득만 올라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 설립되었다는 '서민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표방한 법무법인의 시도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해당되는 서민층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에 월수입 350만 원이하'라는 전제조건이 있어서 서민들을 다 아우르기엔 범위가 너무 좁다.
하지만 시작부터 다 충족될 수는 없는 법.
이제부터 바람직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그동안 월수입 26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소송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서비스를 해주었다.
예를 들어서 소송액수가 2000만원이면 50만 원정도의 비용만 받는 정도로.
하지만 26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이런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번에 260만 ~ 350만원 수준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 열렸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따져보면 해당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거 같다.
주택이 있거나 그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해당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그만 집 한 채 가지고 있으면서 부자가 아닌 서민인 사람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어쩌면 절대 다수를 차지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그런 사람들까지도 포함한 그야말로 '전체 서민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표방한 법무법인이나 개인 변호사가 속속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그래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게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
기존의 변호사들이 스스로 특권의식을 버릴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그들만의 리그( 인맥이나 파벌 형성 등 )가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고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변화는 시작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앞으로 전개될 변화의 과정이 매우 흥미로울 거 같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매끄럽게 되느냐 아니면 어렵거나 시끄러워지느냐 하는 것은
많은 부분이 언론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네들이 어떤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중요 정책들이 영향을 받고,
변화 과정 또한 그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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