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비영리 언론을 기다리며 본문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민심은 천심" 이라고 한다.
민심을 잘 받들겠다고도 한다.
민심에 의해 정치적인 생명이 좌지우지 되는 그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늘 그것이 움직이는 방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지.
바로 그 민심이 표로 연결되는 거니까.
그런데 민심이라고 하는 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여론'이 되겠다.
그러니까 선거 때나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많이 쓰는 여론 조사는 민심 조사인 셈.
그 여론을 형성하는 밑바탕에 언론이 있다.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서 정보를 취득하고 그것에 의해 자신의 견해를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의 중요함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이 제공한 정보에 의해 여론이 형성되고 그것이 정치권을 움직여서 나라의 현재와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언론에 의해 나라가 굴러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언뜻 보면 대통령이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거 같아도 실은 그 뒤에서 여론을 만들고 조정하는 언론에게 많은 부분이 달려있다.
독재체제에서는 언론의 이런 속성을 잘 이용한다.
언론을 장악해서 체제의 홍보 수단으로 삼거나, 유리한 분위기 조성을 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히틀러나 무솔리니 등의 파시즘 독재체제에서 그 효과를 십분 활용한 것은 다 아는 사실.
그 이외에도 예를 찾으려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도 과거 군사독재 체제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지 않았는가.
독재체제 아래서는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여 한 방향으로만 질주한다.
그래서 압도적인 지지를 독재자에게 보낸다.
반대의 목소리가 없으니까 매우 열정적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일사불란' 그 자체다.
히틀러에게 보냈던 독일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돈과 권력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언론사도 주인이 있고 이익을 내야하는 회사의 형태이기 때문에 사주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고, 또 이익을 고려하다보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사주의 입맛대로 재단을 하거나 광고주 눈치를 보거나 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왜곡되거나 사장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서 탐사보도나 심층보도를 하다보면 통상적으로 정치권력과 부딪치거나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과 등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당연히 언론사 사주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다.
그러다보니 주로 흥미위주의 내용이나 말초 자극적인 방향으로 나간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에 관련된 사안은 정치권력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광고주의 입맛에 맞추려고 노력하거나, 최소한 눈에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취재나 보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언론의 사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권력이나 사회적 강자에 대한 감시인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현주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에서 비영리 언론사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 사주도 없고 이익을 도모하지도 않는 언론사에 대한 이야기다.
언론사의 운영자금은 독지가나 뜻있는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단다.
그래서 광고를 일체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사주의 이익에 따른 특정 정파 편향의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진실과 사실에 입각한 심층보도나 탐사보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프로 퍼블리카' 라는 언론사는 기자들이 2년 연속 퓰리처상을 획득하는 쾌거를 세웠단다.
퓰리처상은 기자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최고 권위의 상 아닌가.
그것을 기존 유명 언론사가 아닌 규모도 보잘것없는 비영리 언론사 기자들이 연속해서 받았다는 것은 대단한 거다.
금년 봄에 두 번째 퓰리처상을 획득한 탐사보도는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고객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금융위기를 불러왔는지를 심층 취재한 기사' 라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원인을 자세하게 밝혀서 앞으로는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검찰이나 경찰 등의 사법당국이 파헤쳐서 법에 따른 처벌도 하고 자세한 범죄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그것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사태의 근원지인 금융회사들이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에 의한 처벌은 위법행위가 있다는 증거가 있을 때만 유효한데, 그들은 대부분 실정법을 어기면서 금융위기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서 소용없는 얘기다.
설사 법의 잣대로 들이댄다 하더라도 그들은 얼마든지 법의 그물을 피해 달아나 버린다.
그런 거에는 선수다.
그러다보니 언론 밖에는 그것을 파헤칠 수 없다.
그것을 기라성 같은 언론사들이 하지 못하고 조그만 비영리 언론 매체가 이루어 낸 거다.
그것은 바로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비영리 언론사가 있으면 좋겠다.
광고도 일체 받지 않고 대가를 요구할 소지가 있는 지원도 일체 거부하며 철저하게 비영리로 운영할 수 있는 그런 언론사가 있음 참 좋겠다.
그리하여 어떤 제약도 없이 심층취재를 하여 보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탐사보도나 심층보도만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언론사와는 구별되겠지.
규모도 클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운영비 부분일 것이다.
한마디로 깨끗한 돈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그럴 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고 싶다.
비교적 구체적으로 생각도 해 보았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이니 뭐 좋은 일을 할 수 없을까? 생각해 왔었는데, 아주 딱 이다.
그야말로 돈을 돈답게 쓰는 거 아닌가.
나 혼자서는 안 되니까, 뜻있는 일에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래서 힘을 모아보고 싶다.
가끔 언론 보도를 보면 거액의 돈이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어디에 기부하는 가를 보면 대부분이 대학이다.
우리 사회에서 믿을 만한 곳이 드물다보니 그렇게 했으리라.
그런데 나중에 대학이 그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엉뚱하게 전용하거나 낭비해버렸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나 할까?
사회에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 돈이나 재산을 비영리 언론에 기부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돈을 정말로 값어치 있게 쓰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싶기도 하다.
권력 기관이나 사회의 힘 있는 자들이 반칙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비리가 있을 때는 과감하게 파헤쳐서 같은 사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반칙을 하거나 비리를 저지르면 그 피해는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이 입게 되어있다.
즉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보는 거다.
그리고 그런 것이 계속되면, 각종 부정이 난무하여 불신이 팽배할 뿐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불러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된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복지 등 각종 지원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한다.
그런데 못사는 사람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왜 많아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사회 문제의 근원을 드러내서 경종을 울리고,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일.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볼 때, 비영리 언론 밖에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다.
불신이 팽배하고 반칙이 성행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나중에는 약육강식 같은 정글의 법칙만 있는 삭막한 곳이 된다.
그리고 그런 사회와 국가는 아무리 수치적으로 훌륭한 실적을 쌓아올리더라도 결국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과 힘 있는 자들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긴장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칙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비영리 언론사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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