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새로 이사 온 이웃 (층간소음에 관하여) 본문
엊그제 오후에 외출을 하려고 아파트 문을 나서는데,
위층에 사는 새댁이 인사를 하며 쭈뼛쭈뼛 뭔가를 내민다.
"뭐예요?'
"이거 별 거 아닌데요. 드리고 싶어서 장볼 때 같이 샀어요."
"예? 왜요?"
"죄송스러워서요. 저희 애들 때문에 시끄럽지요? 그래서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려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구 ~ 아니에요. 괜찮아요. 시끄럽지 않던데요."
"그래도 죄송해요. 이거 좀 드셔보세요."
"아닙니다. 먹은 걸로 할 테니 애들 주세요."
"이건 애들이 먹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받아주세요."
"아닙니다. 그냥 두세요. 전 바빠서 이만..."
그러면서 얼른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며 "암튼 고맙습니다. 생각해주셔서 ~ " 이렇게 얘기하곤,
무안해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새댁과 헤어졌다.
밖으로 나가면서 흐뭇한 마음 가득이었다.
한편으로는 성의를 무시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 집이 위층으로 이사 온지는 몇 달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사 왔을 때부터 아파트 단지나 통로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면서, 아이들에게도 꼭 인사드리라고 시키곤 했다.
그래서 참 예의바르고 좋은 사람이 이웃으로 왔구나... 하면서 내심 흐뭇했었다.
그리고 아이들 때문에 시끄럽지 않느냐고 하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위층에 아이들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런데 미안하다고 선물을 들고 찾아오니 당황될 수밖에...
새댁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그러하니 아이들도 막무가내로 놀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이웃만 있다면 층간소음 문제 같은 것은 불거지지도 않을 거 같다.
그리고 설령 아이들이 조금 시끄럽게 놀더라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
계속해서 그러게 놔둘 부모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서로 배려하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킬 때,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질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니 시끄러워지고 다툼이 생기는 거 아니겠나.
최근에 커다란 사회문제 중의 하나로 대두된 층간소음 문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의견을 제시했듯이, 공동주택을 만들 때부터 그것에 대비한 설계와 시공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법 규정을 그것에 맞추고 감시 감독도 강화되어야겠지.
그런데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지킨다면, 설령 그런 것들이 미비 되더라도, 별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에 이사 온 이웃이 그걸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그 새댁의 마음씀씀이가 참 고마웠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더 귀한 마음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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