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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살아가는 이야기

패션의 변천에 대하여

밝은 창 2018. 6. 1. 08:58



대략 25년 전의 기억 하나를 더듬는다.

여름에 지방의 어느 도시로 출장을 갔을 때, 평범한 단독주택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그 집에 왜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암튼 이미 반쯤 열려있는 대문을 밀면서, 나는 "실례합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여자들의 괴성이 들리면서, 마루에 앉아있던 젊은 부인들 몇 명이서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여인들이 한낮에 편한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웬 남정네가 갑자기 들어서니 놀란 모양이었다.

여자들도 놀랐겠지만, 그들의 그런 반응에 나도 적잖이 놀랐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기겁을 하며 집안으로 들어갔던 것은

단순히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가 아니라,

반바지 차림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나중에 옷을 입고 나온 여인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있는데 그렇게 불쑥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고 힐난을 했기 때문에, 그들이 반바지 때문에 놀라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지금 기준으로 따지자면 아주 젊잖은 반바지였던 거 같은데 말이다.

 

나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여성들은 반바지를 집안에서나 입는 용도로 사용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거리에 반바지가 넘쳐난다.

그것도 아주 짧은 것이.

어떤 것은 너무 짧아서 엉덩이까지 드러나,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그런 바지를 입고 다니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관심을 끌고 싶어서?

하체를 과시하고 싶어서?

노출 병에 걸렸기 때문에?

화끈하게 살고 싶어서?

유행이니까?

.......

    

어쨌든,

반바지의 길이는 계속해서 짧아진 거 같은데,

도대체 어디까지 줄어들지... 모르겠다.

   

 

 

잠깐 패션의 변천사를 보자.

 

20세기 초에,

샤넬이라는 디자이너가 긴 치마를 무릎 아래 5~10cm 정도에서 과감하게 잘라 만든, 이른바 샤넬라인 스커트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여자가 다리를 드러낼 수 있느냐고.

여성의 하체는 조금이라도 절대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오랫동안 지배했었기 때문에, 겨우 종아리를 드러내는 것도 놀라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1960년대에는 미니스커트까지 등장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매우 놀라워했고, 많은 이들이 거부감을 나타냈었다.

종아리를 넘어서 허벅지까지 드러내다니....기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처음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놀라고 거부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녹아든 것이다.

샤넬라인 스커트는 이제 아주 점잖은 자리에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자리 잡은 거 같고, 미니스커트도 패션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입게 되면, 저절로 무감각해지는 건가?

암튼 이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다.

그래서 과감하게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위 핫팬츠라는 명칭으로 짧은 반바지가 거리에 처음 등장했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던 사람들도, 이젠 그러려니 하는 거 같다.

따라서

지금 이상하게 보이는 지나치게 짧고 타이트한 반바지도 머지않아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건 아닌지...

 

하지만,

 팬티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바지는 좀 심하지 않나 생각된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니 그런 옷차림을 한 여성이 가끔 보이던데, 진짜 작은 삼각팬티와 사이즈가 거의 같았다.

그러다 보니 팬티가 보이고, 엉덩이도 보였다.

그걸 보고 놀라면서, 속으로,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보이는 거 아냐? .... 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서울의 길에서 비슷한 차림을 진짜 보았다.

다행이() 우리나라 여성은 아니고, 외국에서 온 여성으로 보였지만...

 

이러다 나중엔 아예 바지는 입지 않고, 팬티 한 장 입고 다니는 게 유행하는 건 아닌지...

그러다가 더 나아가서,

 아담과 이브시대 흉내 낸답시고, 나무 잎사귀 같은 거 한 장만 앞에 붙이고 다니는 여성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한편으론,

조금씩 용인되던 짧은 옷들이 이젠 거의 막바지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옷을 길게 입는 것이 유행할 거 같기도 하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 아닌가.

길게 입다가.... 조금씩 줄이다가.... 노출을 심하게 하다가.... 다시 길게 입고... 등의 순서로... 돌 수도 있다.

 

사람은 싫증을 잘 내는 동물.

아무리 강하게 유행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과 다른 걸 찾게 되어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길게 입고도 얼마든지 예쁘고 섹시할 수 있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벗고 설치는 것보다 더 생명력이 길다고 봐야 한다.

인류 역사가 그걸 증명한다.

  

 



ps.  

참고로...

남성은 여성이 가리고 부끄러워 할 때 끌린다.

홀라당 발라당 까발리는 말초적인 자극 위주는

당장의 관심을 끄는 데는 물론 효과적이겠지만,

수명이 그리 길진 않다.

여운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쉽게 데워진 방이 쉽게 식듯,

쉽게 끝날 확률 높다고 봐야 한다.



버나드 쇼는 말했다.

남자는 많이 알수록, 여행을 할수록, 시골소녀와 결혼하길 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