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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경제와 관련된 것

한국의 소비자는 봉??

밝은 창 2013. 12. 2. 09:55

 

 

 

요즘 텔레비전을 미국에서 구매하여 우리나라까지 배달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외국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엘지 제품을 그리한다는 거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클릭 서너 번이면 미국에서 한국의 소비자 집까지 배달이 된단다.


65인치 삼성 스마트 TV가 미국에서 1,497달러, 요즘 환율로 158만원이란다.

여기에 관세 32만원, 운송료 25만원을 더하면 215만원이다.

즉 215만원을 지불하면 65인치 삼성 스마트 TV가 미국에서 우리 집으로 배달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해당 제품의 가격은 450만원.

우리나라 회사에서 만든 TV인데, 우리나라에서 두 배 넘게 더 비싸다.

이게 말이 되나?


그뿐인가.

우리나라 기업의 자동차도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싸게 팔고 있다는 것은 이젠 거의 상식 수준 아닌가.

자동차는 텔레비전처럼 인터넷으로 외국에서 사서 배달시키는 시스템이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서 살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언론에서 경제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의 의견은 한마디로 '고가정책 때문' 이란다.

우리나라는 비싸게 팔면 더 잘 팔리는 아주 독특한 시장이라서, 기업들이 거기에 맞추는 가격 정책을 쓰는 게 이유라는 것이다.

내 생각도 그들과 비슷하다.

싸게 파는 것보다 비싸게 파는 게 더 잘 팔리는데 누가 싸게 팔려고 하겠는가.


같은 제품이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가격을 매기고, 외국에서는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싸게 파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가전제품이나 일반 소비자 제품이 월마트나 아마존 같은 대규모의 유통회사를 통해 판매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루어진다.

그들은 매우 많은 양을 구매하기 때문에 생산회사에서는 그들의 가격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


쉽게 얘기해서 삼성이나 엘지가 미국에서 경쟁사보다 더 많은 제품을 팔려면 그들에게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할인 기간에 맞추어 더 낮은 가격으로도 납품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와 가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와 두 배 이상 가격차가 벌어지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

그건 좀 전에 얘기했듯이 우리나라의 왜곡된 소비문화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의 주범이고, 거기에 발맞추는 기업도 공범이다.

가격이 비싸면 무조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

그 말도 되지 않는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는 아주 이상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비싸게 팔아서 높은 이익을 챙기는 곳으로 말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의 회사들도 그걸 이용해먹는단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각종 제품, 예를 들어서 의류, 식기, 가전제품, 식품, 장난감 등이 외국에 비해 두 배 내지는 세배 비싸다는 사실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간간히 알려지지 않았는가.


안타깝다.

그리고 우리를 봉으로 볼 외국의 회사 관계자들을 생각하면 창피하기까지 하다.

하루 빨리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거 같다.


무엇보다도 먼저 '가격'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할 필요 있다.

정가소비자 가격이니 판매 가격이니 하며 인쇄되어 있거나 붙어있는 '가격'에 대한 인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그 가격이 어떤 정당한 이유로 붙어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그렇게 가격이 매겨지는 합리적인 계산법이 있어서, 싸면 싼 이유가 있고,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0만원이라고 가격이 붙어있으면 그 제품은 10만원의 가치가 있는 제품이고, 5만원이라고 붙어있으면 그 반밖에 가치가 없는 제품이라고 인식을 한다는 거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가격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거다.

가격은, 한마디로 말해서, 매기고 싶은 사람 맘 대로이기 때문이다.

정가, 권장소비자 가격, 판매가격 등등

어느 것이든 회사에서 금액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가격을 얼마 매겨야 한다는 법률이나 규칙 같은 건 없다.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비싸게 팔수도 있고, 저렴하게 팔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바로 이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이미 블로그에 올린 글 - 세일? 가격할인?? (판매가격에 대한 진실) 편에서 어느 정도 언급했음.)


싼 가격으로 팔아도 이윤이 남는 제품이지만, 비싸게 팔아도 소비자들에게 먹히겠다 싶으면 당연히 비싸게 가격을 붙인다.

예를 들어서 1만원을 받고 팔아도 이윤이 남는 제품인데,  2만원에 팔아도 소비자들이 잘 살 거 같으면 당연히 2만원에 판다.

그걸 마다할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불법도 아니고 전혀 문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비자가 비싸게 파는 제품은 더 좋을 것이라며 그걸 선호한다면, 더 말해 뭐하겠는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각종 제품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변한다.


원래 가격이라는 것은 경쟁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기업은 될 수 있는 한 높은 가격을 받아 많은 이윤을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경쟁이 있으면 자기들 받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가격을 붙이기 어렵다.

경쟁사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겐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제품일수록 유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쟁체제가 있어도 유명무실하거나, 거꾸로 가격을 높게 붙이는 경쟁을 하기도 한다니, 기가 막히는 거다.

심지어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자고 서로 담합까지 한단다.

자기들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인데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

그리고 어느 백화점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옷에 가격을 높게 붙여놓았더니 불티나게 팔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경제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창피한 현상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빠른 기간 동안 경제가 발전하는 바람에 아직 소비자들의 의식이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하루 빨리 이런 촌스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


언필칭 소비자는 왕이라고 한다.

그만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구매가 간절하다는 얘기겠지.

그런데 왕은커녕 스스로 봉이 되기를 자처하는데 왕 대접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