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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비닐 하우스

밝은 창 2012. 6. 4. 17:46

 

 

땅과 하늘을 떼어놓으려

비닐은 제 몸을 한껏 펼쳤다.


잘 키우고 보호해야 한다며

팔을 최대한 벌려 땅을 감쌌다.


자신의 등으로

비를 막고

바람도 막고

막을 수 있는 건 다 막았다.


그런데 비닐은 몰랐다.

땅의 자식들이란

하늘과 온전히 소통하지 않으면

제대로 여물 수가 없다는 걸.


비를 맞으며

바람에 시달리기도 해야

원래의 제 모습 갖춘다는 걸.


자기 때문에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속으로 많이 허약해진다는 걸

비닐은 아직도 전혀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자랑스러워하며

어깨에 팽팽하게 힘을 준 채

온 사방으로 반짝반짝 빛을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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