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우리 정부의 최근 노력에 대하여 본문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오랫동안 미 의회를 출입했다는 한 교포가
최근 느꼈던 점을 방송에서 피력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미국을 지렛대로 삼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걸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에 지소미아를 카드로 삼아 미국을 끌어들여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돋보였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 간에 갈등이 생기면,
미국은 겉으로는 중립적인 자세인 듯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본 편이랍니다.
조선시대부터 최근까지 미국은 단 한 번도 일본을 배제하고 한국 편을 든 적이 없다는 거예요.
(사실 이건 외교를 좀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지요.)
미국이 일본 편을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예요.
일본이 우리보다 세배 이상 부자 나라고 인구도 우리보다 많으니까요.
따라서 최근까지도 미국의 공식 입장은 ‘한일 간에 잘 해봐라’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한국이 고집부리지 마라’라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하고요.
그랬는데 한국 정부가 일본의 변화가 없으면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지소미아는 미국의 전략적인 이해와도 닿아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미국이 일본을 움직였어요.
그래서 우리와 협상조차 하지 않겠다던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바뀐 거지요.
(물론 미국이 한국에도 다양한 압력을 행사했지만, 그건 늘 해오던 양상이었고, 이번 사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을 움직였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봐야할 겁니다.)
이번에 미국에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았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불편한 내색만 해도 알아서 기는 입장이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거예요.
심지어는 행여나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미리 대처하면서 늘 조심하며 처신해왔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동안 소위 말하는 ‘굳건한 한미 동맹’ 어쩌고 하는 것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는 거죠.
거의 일방통행, 원사이드 러브, 즉 한쪽의 짝사랑.
그렇지 않은가요?
(내 말에 그렇지 않다고 확실하게 반박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말하는 나 자신도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지만, 어떻게 해요.
그게 현실인 것을.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들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요구사항을 내놓기 시작했답니다.
전에 없던 자세지요.
그러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요.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요.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라니까요.
그런데도 이전의 자세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는 건 확실한가 봐요.
이쯤에서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있네요.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요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무슨 동맹 어쩌고 할 수가 있는 거죠?
그렇지 않은가요?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지만,
나는 한국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뭘 모르는 철없는 사람들의 얘기고,
실제로는 절대로 대등한 입장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어느 사회든 힘의 논리는 늘 존재하죠.
규모가 작든 크든 힘의 우열에 의해 질서가 형성된다는 건 상식.
국가 간에도 분명히 힘의 논리가 작용해요.
따라서 강대국과 약소국이 협상하면 강대국의 페이스에 끌려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힘의 차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죠.
그러니 억울하면 힘을 기를 수밖에 없어요. ㅎ
그런데 강대국의 페이스에 끌려가는 게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그래야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테니까요.
앞에서 얘기한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요구’란 약소국이라 하더라도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하는 겁니다.
즉 힘의 논리를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거죠.
이번에 진행된 과정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어쩌고 하며 호들갑을 떠는 거 같던데,
참 우스워요.
그들의 말을 요약하자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 .. 이건데,
그런 식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설쳐대는 현실이 참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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