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미국의 총기 규제 어려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본문
"총이 사람을 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총을 쏘는 것"
미국에서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한 공화당 의원의 발언이란다.
그는 "더 중요한 건 정신건강, 도덕성의 결여이지 총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단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와서 총질을 해대면, 나는 내 총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면서 부연 설명도 한 모양이다.
참... 말인지 막걸린지 원...
그렇지 않은가.
언뜻 들으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지만,
궤변에 다름 아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자면,
도대체 규제할 수 있는 건 뭔가?
마약 같은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것들도 결국은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도덕성의 결여가 중요하지,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아무리 돈이 좋고,
당리당략을 좇는 것도 좋지만,
좀 심하다.
.......................
미국에서 또 다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여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었다는데....
내 생각엔,
이번에도 과거와 별반 다를 거 같지 않다.
또 다시 흐지부지 넘어갈 거 같다는 거다.
미국에서 그동안 이 문제는 거의 '철옹성'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뚫을 수 없는...
더군다나 지금 집권 세력은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 아닌가.
비교적 규제에 호의적이던 민주당 정권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그들에게 기대한다고?
어림없다. ㅎ
<몇 년 전에 작성해놓고 올리진 않았던 글을 찾아보았다.>
2012년 12월에 미국 코네티컷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정신 나간 범인의 총질에 의해 어린이가 20명이 살해되고 어른 일곱 명이 사망한 사건.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이다.
미국은 어린아이 보호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각종 법도 그렇고 사회적인 관습 자체가 어린이 보호를 최우선시 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아주 엄하게 다스린다.
따라서 그 사건 뒤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지 1년 가까이 되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내가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번에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물 건너간 셈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한마디로 말해서 총기소지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악의 근원인 총기를 함부로 소지할 수 없게끔 해야,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일반인들은 아예 총기소지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래야 총기 사고에 대한 불안감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거 아닌가.
오바마 대통령이 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사태가 매우 심각하고, 또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총기 관련 사건들이 발생해서 사회문제화 되었었기 때문에, 차제에 뭔가 확실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총기 규제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 유명한 미 총기협회가 조직적으로 반격을 했기 때문이다.
미 총기협회는 그동안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발생했을 때마다 결국은 그것을 무용지물이 되게끔 만든 대단한 단체다.
평소에 미 의회 의원들에게 꾸준히 로비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힘도 막강하다.
그래서 법적으로 총기 규제를 해보려는 움직임이 매번 실패를 거듭해온 것이 현실.
총기협회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여러 얘기를 흘려가며 초점을 흐리게 했다.
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난폭한 장면이 많은 게임이나 영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질 않나, 총에 의한 피살자보다 폭행에 의한 피살자가 더 많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야구방망이와 칼을 이용해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야구방망이와 칼의 소유를 금지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단다.
즉 사람 잘못이지 총의 잘못은 아니라는 거다.
어떻게 하든 책임을 회피해서 분위기가 총기규제로 흘러가는 것을 막으려는 몸부림...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웃기는 얘기다.
칼과 야구방망이는 그 본연의 용도가 있다.
즉 원래의 씀씀이대로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총은 어떤가.
본연의 용도가 쏘아 죽이는 거다.
즉 본래의 용도대로 쓰이면 사람이 죽는 것이다.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후안무치한 궤변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 이후에 미국 내에서는 오히려 총기 매출이 늘어났단다.
사람들이 불안해서 총기 수요가 급증했다는 거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반자동 공격용 소총 같은 것은 혹시 판매금지 조치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사두려고 판매부스에 긴 행렬이 줄지어 설 정도로 활황을 이루기도 했단다.
성능이 좋아서 총기 마니아층에서는 인기가 많기 때문이란다.
역설적이게도 이래저래 총기회사만 돈 벌고, 총기협회의 실력만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총기제조 공장이 있는 곳도 문제다.
대부분 해당 지역 고용과 세수의 상당한 부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총기회사가 주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단다.
실제로 이번에 총기사고가 난 코네티컷 주에서 2009년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주에서 총기 사용자 추적을 쉽게 하는 시스템을 의무화하려고 했더니, 총기회사 중의 한곳에서 반대를 하고 공장을 옮기겠다고 협박을 하여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 없이 유야무야 되었단다.
공장을 옮기면 그곳에서 일하는 900명가량이 실업자가 될 뿐 아니라, 세수도 대폭 줄어들 것이 확실하니 주 의회에서 입법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네티컷 주는 미국에서 총기 산업 규모가 7위 정도란다.
그렇다면 좀 더 점유율이 높은 주에서는 그 위세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어려운 이유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도 한 요인이라고 한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서부 개척, 1861∼1865년 남북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인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자신이 직접 지킨다는 신조를 지켜 왔다는 것이다.
헌법이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자 ‘국가로부터 내 총을 지킬 권리’를 수정헌법 2조에 넣은 것도 이 때문이란다.
즉 헌법에 의해 총기 소지를 허가받았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지 않은 한,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기가 힘들고, 지엽적인 대책 마련밖에 할 수 없단다.
그런데 그 지엽적인 대책마저도 총기협회 등의 반발에 부닥쳐 번번이 실패했고, 이번에도 별 수 없이 대충 넘어가는 모양이다.
진짜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웃기는 것은,
총기 제조회사하고 게임 개발회사가 서로 협력했다는 증거가 나왔다는 거다.
게임을 만들 때 실제 총의 모양을 그대로 그려 넣고, 게임 화면에는 총기회사 홈페이지로 연결되게끔 하기도 했단다.
게임회사는 실제 상황과 유사하게 하여 실감나는 효과를 거두려고 그랬고, 총기회사는 미래의 고객들에게 미리 자신들의 브랜드와 총 모습을 익숙하게 하여 매출을 늘리고자 그랬다는 거다.
참...
기가 막힌다.
* * *
미국에서 벌어진 일을 왜 이렇게 시시콜콜 늘어놓느냐고?
특별한 이유는 없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거 같아서다.
정책을 잘못 세우거나,
법을 잘못 만들어놓으면,
두고두고 골치를 썩이거나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이익단체의 로비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거 같아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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