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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사이

항아리 기침

밝은 창 2013. 3. 5. 10:59

 

 

   항아리 기침

 

                            은산

 

컹 컹 컹

개가 짖는 듯한 기침 소리.

 

기침이 깊어지고,

또 깊어져서

목이 쉴대로 쉰 상태.

이를테면 기침의 말기 증상.

그게 바로

일명 '항아리 기침'이다.

 

항아리의 울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아닌 게 아니라,

듣기에 따라선 그렇게 들리기도 한다.

 


항아리 기침은 보통

밤에 더 기승을 부리는

야행성 괴물이다.

또한,

사람의 진을 다 빼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주 독한 놈이다.


일단 시작되면

새우등을 한 채

온 몸을 들썩이며 자지러져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창자가 얼얼해서 아플 정도로

밑바닥을 보아야만 한다.

 

한밤중의 그 소리는

울림이 한층 더 깊다.

진한 쓸쓸함을 풍기며

멀리 멀리 퍼진다.

 

기침을 할 때는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랑만이 유일한 대항무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다면

아 그것은

그냥 기침 소리가 아니다.

처절한 울부짖음이기도 하다.

 

아픈 가슴 토해내며

토해내며

애타게 사랑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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