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항아리 기침 본문
항아리 기침
은산
컹 컹 컹
개가 짖는 듯한 기침 소리.
기침이 깊어지고,
또 깊어져서
목이 쉴대로 쉰 상태.
이를테면 기침의 말기 증상.
그게 바로
일명 '항아리 기침'이다.
항아리의 울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아닌 게 아니라,
듣기에 따라선 그렇게 들리기도 한다.
항아리 기침은 보통
밤에 더 기승을 부리는
야행성 괴물이다.
또한,
사람의 진을 다 빼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주 독한 놈이다.
일단 시작되면
새우등을 한 채
온 몸을 들썩이며 자지러져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창자가 얼얼해서 아플 정도로
밑바닥을 보아야만 한다.
한밤중의 그 소리는
울림이 한층 더 깊다.
진한 쓸쓸함을 풍기며
멀리 멀리 퍼진다.
기침을 할 때는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랑만이 유일한 대항무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다면
아 그것은
그냥 기침 소리가 아니다.
처절한 울부짖음이기도 하다.
아픈 가슴 토해내며
토해내며
애타게 사랑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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