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어느 노인 커플 본문
어느 노인 커플
은산
찬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지상 전철역.
사람들 모두 어깨를 움츠린 채 서성이고 있는 가운데,
마주보는 자세로 서로 옷매무새를 고쳐주는
노인 커플의 모습이 빛난다.
나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모습.
서로 바라보는 눈빛엔 사랑이 그득하고,
몸짓 하나하나에 살아온 세월이 녹아있다.
바람이 강해지자
할머니를 끌어당겨
양손으로 꼭 안는 할아버지.
가만히 있질 않고
할아버지 윗옷과 모자를
만지며 빈틈을 여미는 할머니.
손길 하나하나에
곰삭은 사랑이 듬뿍 배어있다.
그래서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인다.
몸은 비록 구부정하지만
서로 나누고자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더 올곧다.
모자 밑으로 드러나는 은빛머리카락이
차디찬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려도
노인 커플의 얼굴엔 여유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이 전철역 전체에 꽉 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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