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조국 사태를 보는 시각 - 불공정, 불평등 그리고 비대칭적 국가 폭력 (펌글) 본문
내 생각과 거의 같은 내용의 글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모셔왔다. ^^
글쓴이 : 서울대 정병설 교수
<조국 사태를 보는 시각 - 불공정, 불평등 그리고 비대칭적 국가폭력>
1.
지금은 문 닫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침마다 가는 학교에 있는 체력단련실에서 매일 만나는 동료 교수들이 있다.
조국 사태 초기 그분들과 얘기를 나눈 일이 있다.
나는 조국 일가가 지나치게 가혹하게 당하고 있다고 했고 그분들은 조국 교수의 행동이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더 얘기하지 않았다.
당시 광풍이라고 할 만큼 많은 혐의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었고, 말을 나눈 동료 교수들은 우리 교수들 중에서도 1% 안에 들지 않을까 할 정도로 자기 절제가 엄격한 분들이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2.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 막바지 자정을 십여분 앞두고 법사위원장 여상규가 질의했다.
부인이 기소되면 사퇴하시겠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문서 위조 공소시효가 다 되어 급히 기소하게 되었다는 보도가 들려왔다.
나처럼 어리숙한 눈에도 검찰과 정치권의 유착이 뚜렷했다.
사퇴시키기 위한 무리한 기소로 보였다.
만인이 보고 있는데도 권력이 이처럼 뻔뻔하고 비열할 수 있나 싶었다.
두 번째 장면으로 인해 나는 사태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조국 사태는 공정성이 아니라 국가폭력의 문제다.
그가 설사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한 비대칭적 수사, 기소, 재판은 분명 국가폭력이다
사태가 터진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보면 그 공정성조차도 문제가 아니다. 사태 초기 가장 큰 문제로 보았던 사모펀드 문제는 무죄로 판결이 나왔고, 이제 법적으로는 표창장 위조와 부실 인턴 정도가 걸려 있는 듯하다.
그러나 표창장 위조는 처음부터 깜이 되지 않는 혐의이고, '아빠 찬스' 스펙품앗이 라는 말을 들은 인턴은 불공정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불공정 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서 한 것에나 해당할 말인데, 인턴은 당시 입시에서 장려되는 일이었다.
부모가 자기 직업이나 경제력을 이용해서 자식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문제라면 그것은 불공정이 아니라 #불평등 의 문제다.
심각한 불평등도 고쳐나가야 할 사회 문제지만 그것을 누리는 개인을 섣불리 비난 할 수는 없다.
조민 씨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무렵 입학사정관을 한 내 경험을 가지고 말하면 당시 지원 학생들은 별별 경험과 스펙을 내세웠다.
각종 표창장과 인턴은 약과고 중고등학생이 저서를 출간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2007년 서해안에 유조선이 좌초하였을 때는 한 동안 기름 닦기 봉사를 했다는 지원서를 수 없이 만났고,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가 터졌을 때는 역사 왜곡 실상을 알리는 민간 모임인 반크에 봉사하지 않은 학생들이 없었다.
입학사정관 첫 한두 해에 지원서를 보면서 이렇게 스펙을 강조하다가는 학생들과 우리 사회에 거짓만 조장하겠다 싶어서 스펙 비중을 낮출 것을 요구했고 실제로 입시 방향도 그렇게 바뀌었다.
바깥 학원가에서는 오랫동안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스펙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이미 서울대의 입시 방향은 학생들의 체험학습 경험을 기본만 확인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입시생들 중에는 부모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다.
심지어 아이들 몫의 생활지원 바우처를 빼앗아 소주로 바꾸어먹는 아버지도 있었다.
부부가 택배와 식당일 등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들을 거의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현장 체험학습이니 뭐니 하면서 대외 활동, 봉사 활등, 인턴십을 장려한 입시제도가 문제였다.
이런 #불평등한 사회와 제도화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가지고 누린 것이 나은 세상을 희망하고 말하는 지식인과 정치인으로서는 다소 부끄러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가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조국 사태는 결코 공정성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굳이 문제를 찾자면 #사회적 #불평등 이다. 문제의 핵심은 #국가폭력 이다.
사소한 트집이라도 잡기 위해 먼지 털 듯 수사하여 온 가족은 물론 일가친족과 친지까지 난도질한 폭력 앞에 나는 대한민국이 과연 근대 국가, 민주 국가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조국 교수의 자리에 앉았다면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몸이 떨려왔다.
설사 털어낼 먼지가 있다고 해도 폭력의 정도를 보면 심각히 비대칭적이다.
더욱이 칼을 휘두르는 쪽은 그럴 자격이 없는 집단이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식이다.
이제 조국 교수와 그 가족은 국가폭력의 희생자로 보아야 한다.
홍위병 언론을 앞세워 '조국 사태'가 아닌 '조국 광풍'으로 불러야 할 무지막지한 폭력을 견딘 조국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위로하고 배상해야 한다.
나는 <조국의 시간> 구입을 희생 제의처럼 여기고 주문했다.
조국 교수가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마지막 대한민국 시민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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