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스페인의 카탈루냐 분리 독립 투표 관련 뉴스를 보고... 본문
요즘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 독립 움직임 때문에 뜨거운 모양이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지방 자치정부에서는 독립을 위한 주민 투표를 강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마찰이 벌어져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거 같다.
과거에도 몇 차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중앙정부의 대처가 자못 심각하다.
경찰병력을 대규모로 동원하여 원천봉쇄까지 하는 바람에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다.
지방 자치정부에서는 투표 결과가 나오면 ‘독립’을 선포할 예정이라는데,
스페인 정부와 EU에서는 그걸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카탈루냐 사람들은 그래도 강행하겠다고 하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은 예전부터 독립을 원해왔다.
카탈루냐인은 그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스페인의 다른 민족과는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카탈루냐 사람들의 조상은 옛날의 해상 강국이었던 카르타고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란다.
그래서 명칭이 ‘카탈루냐’가 된 것인지...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ㅎ
카르타고는 한때 지중해를 호령했던 나라다.
이 나라의 명장 한니발 장군이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로마를 공격하여, 로마인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백년 가량 지속되었다는 포에니 전쟁에서 결국 패하는 바람에 멸망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 당시 카르타고 사람들 중의 일부가 배를 타고 지금의 바르셀로나 근처에 상륙하여 정착을 했는데,
그들이 바로 카탈루냐인의 조상이라는 거다.
카탈루냐인은 자긍심이 강하다고 소문났는데,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그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듯하다.
카르타고는 로마인들도 두려워했던 국가였다.
그들의 용맹스러움은 온 지중해 지역에서 모두 인정했단다.
그런데 그런 기질이 어디 가겠는가.
현재 카탈루냐는 스페인 국민 총 생산액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그런데 인구는 6%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중앙정부로부터 배정받는 금액은 그만큼 적단다.
그러니 주민들의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정체성이 달라서 싫은 판인데, 그런 불공정한 대우까지 받으니...
따라서 이번 분리 독립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카탈루냐 지방 자치정부는 스페인 중앙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정부의 정책이나 지침 등을 무시하거나 자기들 마음대로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스페인 정부의 골칫거리란다.
그래도 주민들의 스페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달리 어쩌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스페인에서 축구는 가장 유명한 스포츠다.
그 중에서 특히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양 팀이 가장 독보적인데,
둘 사이의 라이벌 의식은 상상을 초월한단다.
메시를 주축으로 하는 ‘FC바르셀로나’
호날두를 주축으로 하는 ‘레알 마드리드’
두 구단은 각각 카탈루냐 지역과 마드리드 지역을 대표하는데,
두 지역 모두 상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앙숙관계가 되는 것이다.
특히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그 정도가 더 심하단다.
스페인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 2세 학생에게서 들은 얘긴데,
예를 들어서 FC바르셀로나 팀이 레알 마드리드 팀에게 지는 날이면,
그날 밤에 바르셀로나에 있는 마드리드 차량 중의 상당수는 흥분한 관중들에 의해 박살이 난단다.
진 것에 대한 분풀이를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 팀을 응원했다가는 죽음까지도 각오해야 한단다.
격한 감정에 휩싸인 사람들과 마주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둘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는 매우 많단다.
그런 걸 보면,
차라리 갈라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그런데 스페인 정부 입장에서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
우선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지만,
잘못하면 연쇄반응이 일어나서, 나라가 갈기갈기 찢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북부지역에 있는 바스크 지역을 꼽을 수 있을 거다.
그곳도 분리 독립을 원하고 있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
요즘은 좀 잠잠해졌지만, 예전에 한동안 활발하게 분리 독립 운동이 일어났던 지역이다.
즉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인 셈이다.
그러니 스페인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카탈루냐 독립을 막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가 보니까,
바르셀로나에서는 스페인 국기 보다 카탈루냐 깃발이 더 많이 보였다.
아파트 베란다에 커다란 카탈루냐 깃발을 걸어놓은 집도 꽤 많았다.
그리고 스페인 국기는 대놓고 무시하는 거 같았다.
엊그제 나온 보도를 보니,
개표 결과 90% 이상이 분리 독립을 지지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 결과가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그곳 분위기가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분리 독립은 쉽지 않을 거 같다.
EU에서도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고,
그렇다고 우군이 되어줄 나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독립된 국가로 일어서는 과정 또한 절대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한동안은 서로 평행선을 달리겠지만,
결국엔 양측 사이에 협상이 이루어져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지 않을까?... 생각 된다.
알고 보니,
스페인이라는 국가, 참 재미있는 나라였다.
여러 민족이 섞여서 마치 무지개떡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같은 나라인데 지역에 따라 체형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심지어 언어와 풍습도 다르다.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주 다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거 같다.
전체적인 조화를 잘 이루어야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불만을 갖지 않게 하면서도, 국가 전체적인 발전 또한 도모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페인은 그런 리더십 발휘가 꼭 필요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지에서 들어보니까,
그동안 그런 노력이 거의 없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부의 역할에 별 기대를 걸고 있지 않는 듯했다.
물론 몇몇 사람에게서만 들은 거니까 일반화 시킬 순 없겠지만,
적어도 눈에 띌 만큼의 정부 노력은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 된다.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단다.
몰려드는 관광객들 덕분에 그럭저럭 현상유지는 되고 있는데,
곧 좋아질 거라는 희망은 찾기 힘들단다.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도 정부를 원망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뭔가 방향 제시를 하고 이끌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는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안일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탓만 하는 그들도 문제지만,
스페인 정부도 그리 잘하는 거 같진 않아 보였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접한 각종 정보에서도 그리 보였는데,
현지에서 직접 느껴본 분위기 또한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아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뭔가 어수선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수도인 마드리드를 위시한 대도시에서는 수시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찰차, 구급차 등이 너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내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고.... 암튼 뭔가 어수선했다.
세대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노인세대들은 프랑코 총통의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젊은 세대에서는 질색을 한단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있는 거 같아 웃었다. ㅎ
바르셀로나 여행기를 올리려고 정리를 하는 중에,
카탈루냐 분리 독립 움직임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기에 잠깐 주절거려 보았다.
사실 별 얘기도 아니고, 남의 나라 사정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지만,
이번에 그곳에 가보고 느꼈던 점 중의 일단을 한번 피력해보고 싶어서 그냥....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