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지중해와 이베리아 반도 여행 본문
35일 동안 지중해 지역을 다녀 왔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태리 남부,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그런데 깜둥이가 되고 말았다.
팔과 다리의 햇빛에 노출된 부분은 물론이고,
챙 넓은 모자로 최대한 보호하려고 노력한 얼굴도,
별 수 없이 까무잡잡하게 변했다.
선크림을 바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물론 계속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ㅎ)
여름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그 지역의 날씨.
(실제로 여행기간 내내 비는 구경도 못하고, 계속 맑은 날씨였다.)
게다가 긴 낮시간 동안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이글거리는 강렬한 태양.
그늘이 많지 않은 지형.
따라서
선크림 등을 정성껏 사용하지 않는 한
노출된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선크림을 바르면 답답하고 거북하다는 핑계로
바르는 걸 적당히 하거나 게을리 했으니
깜둥이가 된 것은 당연한 귀결.ㅎ
'지중해의 주인공은 한낮의 태양' 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참으로 적절하게 잘 표현한 거 같다.
처음에 그 문구를 봤을 땐 별 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은 절절하게 와닿는다. ㅎ
저녁 7시까지도 햇살이 따갑다.
그래서 식당은 보통 8시 30분 넘어서야 문을 연다.
점심시간에 잠깐 열고는 대여섯 시간을 아예 닫는 것이다.
오후 두시 쯤 느즈막히 점심을 먹고,
저녁식사는 9시 전후로 시작하는 게 그들의 습관.
점심 식사 이후에는 낮잠(시에스타)을 즐긴다.
관광지는 관광객들 때문에 그렇게 못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직 대부분 그렇게 한단다.
한낮의 높은 온도와 뜨거운 태양볕을 피하기위해 생겨난 풍습이라고...
처음에는 그 풍습이 '게으른 국민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매일 3시간 정도씩 낮잠을 자다니....
덥다는 핑계가 있다지만, 지금 이 시대에 그게 말이 되나?
그것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해하기 힘들었고,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곳 기후를 직접 몸으로 겪어보니, 저절로 수긍이 되었다.ㅎ
농업이나 어업을 주업으로 하던 그 지방 사람들 입장에서는
날씨와 지형의 특성 상,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고....
(어떤 상황에 대한 평가는 직접 겪어보고 나서 해야 할 거 같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ㅎ)
2008년에 터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PIGS'란 말이 유행했었다.
그때 주로 지중해 연안에 있는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나라들의 영문 머리 글자를 따서 조합하니, 하필이면 '돼지들'이 된 거다.
(포르투갈, 이태리, 그리스, 스페인)
그 말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참 절묘하다고....
게으르고, 잘 먹고, 놀기 좋아하는 돼지들....
그런 돼지를 닮은 그 지역 사람들의 특성이
경제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나도 그들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시에스타'에 대한 이해는 되었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진단인 거 같아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치열한 경쟁 속에 있거나,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확실히 뭔가 달라보였다.
대체적으로 무사태평한 삶을 살아가는 거 같았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런 게 진짜 행복한 삶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을 놓고 보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공동체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공을 중요시 하느냐, 사를 중요시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ㅎ
어쨌든,
그 위기는 지금도 진행중이란다.
아직 회복되지 못했단다.
그런데도,
빨리 회복하려는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나 노력은 찾기가 쉽지 않단다.
어떻게든 해결 되겠지 뭐... 라는 생각인가?
이 또한 그들의 특성 때문 아닐까?
암튼, PIGS 라....
다시 봐도,
참 기가막히게 함축적으로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ㅎ
지금 그들의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관광산업이라는 말도 있다.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경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은 관광객 수가 계속해서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단다.
서유럽 곳곳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껴져서 더 늘고 있는 거 같다는 분석도 있다는데...
어쨌든 그래서 관광당국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이란다.
그런데 이번 여행 중에 재미있는 뉴스를 접하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태리 베네치아 등에서 관광객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있다는 거다.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위의 두 도시는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그러니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부작용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반대의 움직임이 점점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는 모양인데...
흠....
그곳 거주민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그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다만,
최근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그런 움직임들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또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그런 것은 좀 궁금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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