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가난이 스승이었다. 본문

시와 수필 사이

가난이 스승이었다.

밝은 창 2013. 6. 18. 17:29

 

 

 

 

    가난이 스승이었다.

 

                                      은산


나 어렸을 적에,

가난한 우리 집이 너무 싫었었다.

돈 없는 부모가 미웠고,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아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러웠다.


대체로 가난한 시대이긴 했지만,

우리 집같이 끼니를 걱정할 정도는

내 주위에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히 가난한 집마저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에겐 가난이 스승이었다.

그 당시에는 징글징글할 정도로 싫고,

벗어나고만 싶었는데,

따져보니 너무나 좋은 자산이었다.


이제는 그 값어치를 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그 가치를.

전에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그래서 고맙다.


부모님이 고맙고,

같이 자랐던 친구들이 고맙고,

이웃들도 고맙다.

물자가 부족하여 아껴 쓸 수밖에 없던

그 시대의 경제상황까지도 고맙다.


만약에 내가

조금이라도 풍족한 집에서 자라거나,

물자가 풍부한 시대에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감사한 마음을

이해하거나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더 갖지 못해 안달을 하거나

욕심 때문에 힘들거나

아무튼 뭔가 불만족스러운,

그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부자라서가 아니고,

지위가 높아서도 아니다.

그런 것은 전혀

행복의 기준이 아니란 걸 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의 진정한 스승은 가난이었다고,

그리고,

행복한 삶을 인도하는 귀중한 자산도

바로 그 당시에 경험한 '가난'이라고.

 

 

 

 


'시와 수필 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놀기  (0) 2013.07.20
전철 안 남녀 커플들   (0) 2013.07.10
차단기  (0) 2013.06.05
갑순이의 첫 입맞춤  (0) 2013.05.22
인생은 뒷걸음질로 하는 여행  (0) 201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