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가난이 스승이었다. 본문
가난이 스승이었다.
은산
나 어렸을 적에,
가난한 우리 집이 너무 싫었었다.
돈 없는 부모가 미웠고,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아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러웠다.
대체로 가난한 시대이긴 했지만,
우리 집같이 끼니를 걱정할 정도는
내 주위에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히 가난한 집마저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에겐 가난이 스승이었다.
그 당시에는 징글징글할 정도로 싫고,
벗어나고만 싶었는데,
따져보니 너무나 좋은 자산이었다.
이제는 그 값어치를 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그 가치를.
전에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그래서 고맙다.
부모님이 고맙고,
같이 자랐던 친구들이 고맙고,
이웃들도 고맙다.
물자가 부족하여 아껴 쓸 수밖에 없던
그 시대의 경제상황까지도 고맙다.
만약에 내가
조금이라도 풍족한 집에서 자라거나,
물자가 풍부한 시대에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감사한 마음을
이해하거나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더 갖지 못해 안달을 하거나
욕심 때문에 힘들거나
아무튼 뭔가 불만족스러운,
그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부자라서가 아니고,
지위가 높아서도 아니다.
그런 것은 전혀
행복의 기준이 아니란 걸 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의 진정한 스승은 가난이었다고,
그리고,
행복한 삶을 인도하는 귀중한 자산도
바로 그 당시에 경험한 '가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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