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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사이

꽃의 오르가즘

밝은 창 2012. 7. 10. 16:14

 

 

꽃잎이 미세하게

파르르 떠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바람에 흔들리는 거 말고

바람이 없는데도 떠는 것을 말하는 거야.

예를 들어서

나비나 벌이 꽃을 찾았을 때,

자세히 살펴보면

떨리는 꽃잎을 볼 수 있을 거야.

미세하긴 하지만 제법 격정적인 그 움직임을.


그것은 바로 환희의 몸짓이지.

너무 좋아서 떠는 거야.

사람들 말로 번역하면

오르가즘이라고나 할까.

암튼 그런 거야.


상대가 강할수록

떨림은 더 심하다고 하더군.

하긴,

젊은 사내의 오줌발에

꽃잎은 가장 격렬하게 떠는 걸 봤지.

내가 보기엔 제정신이 아닌 듯 했어.


얼굴 표정이 왜 그래.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이군.

하지만 잘 생각해 봐.

꽃은 그 나무나 풀의 성기야.

수정과 잉태가 일어나는 곳.

따라서 이상할 거 없어

너무나도 당연한 거니까.


앞으로 꽃을 보면

잘 살펴 봐.

오르가즘에 파르르 떠는 그 모습을

한번쯤은 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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