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언론이 안타깝다 본문
"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면 그건 언론이 아니라 언롱 ( 言弄 ) 이다. "
최근에 작고하신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참 적절한 표현 같다.
그리고 최근의 신문들을 보면 더더욱 와 닿는 용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들을 보면 그렇다.
그들은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언론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권력의 한 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며, 때로는 대안을 제시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끔 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민주주의 국가라면, 삼권분립이 제대로 되어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부터 따져본다.
권력의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아무리 삼권분립이 잘 되어있어도, 그 모든 것은 소위 '여론'이라는 것에 좌우된다.
여론에 따라서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고, 거기에 맞게 각종 제도나 법이 제정되거나 바뀌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이나 제도를 만들 때 소위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도 결국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
특히 삼권 중에서 직접적인 권한이 있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여론'에 바탕을 두고 대부분의 일을 결정하거나 추진하는 곳이다.
그런데 삼권분립이 제대로 되어있는 나라는 사실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삼권분립의 형태는 이미 오래전에 갖추어져 있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어느 특정 주도세력이 삼권 전체를 좌지우지한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은 그들이 여론을 어느정도 좌지우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이라는 것은, 결국 언론에 의해 형성되는 것.
그래서 그들은 우선 언론부터 손아귀에 쥐고자 노력했다.
언론이 독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위정자의 입맛대로 움직일 때, 그 국가의 현실과 미래는 왜곡될 수밖에 없는 법.
그런데 21세기인 현재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문제 아닌가.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서 정보를 접하고 그들이 가공한 콘텐츠를 받아들여서 자기 자신들의 의견 즉 '사견'을 형성시킨다.
그리고 그런 사견들이 모여서 '여론'이 된다.
근데 말이 '사견'이지, 사실은 대부분 언론사에서 의도한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정보라는 것들이, 사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각색을 해서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러한 사견들이 모여서 바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이며,
그 여론이 정권의 방향을 결정하여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니,
언론의 중대함을 더 이상 말해 무엇하리오.
그런데, 최근의 주요 언론사들이 토해내는 뉴스의 내용이나 논조를 보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신문사와 방송국이 하나같이 권력에 대한 비판이나 견제 보다는, 오히려 협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어찌 보면 언론의 존재 이유가 비판 보다는 정권 홍보나 협조에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주요 신문들이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정부 대변지나 여당 기관지로 바뀐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떨 때는 구역질이 나서 쳐다보기가 싫을 때도 있다.
언론이 비판기능을 상실한 채로 활보한다면 그게 무슨 언론인가.
소위 말하는 '찌라시'하고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한편으로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지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종합편성 방송이나 보도전문 채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당면과제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정권에 밉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도 같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언론사들이 충성을 다하게끔 유도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너무 심하다.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느낌이다.
어떨 땐 경쟁적으로 아양을 떨어대는 강아지들을 보는 거 같다.
정권에 불리한 것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다른 매체를 통해서 밝혀진 것은, 나중에 슬그머니 늑장 보도한다.
사회적으로 이미 이슈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마지못해 하는 거다.
그런데 그것도 내용을 보면 정권의 해명위주로 편집하거나 교묘하게 양비론적인 쪽으로 몰고 간다.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야비하다는 표현을 저절로 떠올리게 한다.
그 의도가 너무나도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할 때는 구역질이 나온다는 얘기를 한 거다.
아무리 회사의 목적이 중요하고 정권의 비호가 달콤하다고 해도 그렇지, 그래도 틈만 나면 '언론'이라고 자칭하면서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뻔뻔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과거에 사사건건 정권을 흠집내기위해 그렇게 악을 쓰던 것에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그 때는 별것도 아닌 말실수 같은 것을 전면에 내세우며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얼마나 해대었던가.
그리고 거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일삼아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크게 이바지 했다.
그 때의 가공 기술을 가지고 그대로 활용했으면, 아마 그동안 엄청난 뉴스거리가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으면, 국민의 여론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상식의 선에서만이라도 언론 역할을 했다면, 지금 이런 글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나라에서, 소위 언론이라고 하는 것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으니, 너무나도 안타깝고 원망스럽다.
그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쪽으로만 바라보게 만들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하고 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형성된 소위 '여론'이라고 하는 것들이,
현재는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요,
그저 '안타깝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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