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가을장마 본문
이 가을에 어인일이냐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 높이 떠있고,
고추잠자리 한가롭게 날고,
들판엔 오곡백과 무르익어가야 하거늘
어이하여 매일 비소식이냐.
우중충한 회색빛 하늘.
덥고 끈적끈적한 공기.
사람들 미간 저절로 찌푸려지고
에어컨 다시 바쁘게 돌아가니
이 계절에 지금 이게 제정신이냐.
시원한 바람 속에
햇살 제법 따끈따끈하여
평상 위엔 빨갛게 고추가 말라가고
호박은 밭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것이
지금쯤 우리가 봐야 할 풍경 아니더냐.
.............
그런데 여기까지 써놓고 달력을 보니
아직은 가을이라고 하긴 이르다.
언론에서 가을장마라고 하고
쇼 윈도우에 가을 옷이 넘쳐 나기에
잠시 가을이 이미 온 줄 착각했었다.
언론이나 쇼 윈도우나 늘 앞서간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내가 잘못이다.
아직은 8월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을 운운한 내가 우습다.
가을이라기보다 여름의 끝자락인 거 같다.
하지만 내일이 바로 처서.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절기 아닌가.
지금이 여름의 끝자락인 건 맞지만,
가을의 초입인 것도 맞아서,
전형적인 가을 풍경이 그리운 때 또한 맞는 거 같다.
지금 내리는 장맛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
농작물에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환영받지 못할 바엔 이제 그만 그치는 게 어떠할지.
하늘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고
가을 또한 가을다워야 한다.
여름의 끝자락이든 가을의 초입이든
어쨌든 이 때 쯤에는
가을 냄새가 슬슬 나기 시작할 때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