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창
새우젓 본문
새우젓
은산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금을 사랑하는 것은
나의 운명인가 봐.
성질 파르르 하기로 유명했던 내가
이렇게 맥을 못 추니 말이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여지없이 무너지는 나를 보며
속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팔딱 팔딱 뛰어보기도 했지만
의미 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거 같아.
한눈에 반한다는 얘기는
소설 속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토굴 속에서의 허니문은,
그야말로 꿈속의 나날이었지.
그때 내가 느꼈던 그 기분은
도저히 표현을 못하겠어.
몸과 마음이 녹아내리던
그 오묘하고 황홀한 느낌들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어.
그 추억만으로도
이 세상을 다 가진 거처럼 행복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나른한 행복감이
너무 좋아.
지금도 그래.
나도 모르게 사르르 눈이 감겨와.
발그레해진 뺨을 숨기지도 못한 채,
얌전히 옆으로 누워있는 나를 보면 금방 알거야.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