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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교육 분야에 관하여

영어에 대한 생각

밝은 창 2011. 1. 12. 18:11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 청년이 집이 부유한 것처럼 꾸미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을 꾀어 성폭행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피해를 봤다는 두 명의 여성 중에서 두 번째 여성은 처음 만난 바로 그날 저녁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밤을 같이 지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그 중국인은 명품으로 치장한 세련된 차림으로 거리에서 여성에게 접근하여 길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젊고 세련된 청년이 접근을 해오니 일단 호감이 갔을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중국의 재벌급 부자 외동아들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면서 유학을 왔다고 하니 한눈에 반한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학원 같은 곳에서 영어 강사 등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서는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면 여러 가지로 대접받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고 한다.

특히 남자 입장에서는 더욱 더 좋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면, 젊은 여자들이 잘 접근하기 때문에 데이트나 섹스파트너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돈까지 얻어 쓸 수 있다고 자기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 영어강사를 하여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카페 같은 곳에는 그런 정보들이 넘친다고 한다.

창피한 일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나라는 어떻게 보면 영어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듯하다.

사회 전체가 영어를 중요시 한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하나의 커다란 목적이 된 거 같다.

어제 오늘의 유행도 아니다. 역사가 꽤 깊다.

해방이후에 미국이 우리나라의 각 영역에 영향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체계가 미국식으로 되어있다시피 해서 그동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이득을 보고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영어에 몰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영어가 중요하다고 나팔을 불고 언론에서는 그것을 확대 재생산했다.

글로벌이 어떻고 국제적인 기준이 어떻고 하면서 마치 영어를 하지 않으면 금세라도 뒤처질 것처럼 해대니 사람들의 생각이 그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어릴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된다고 아직 한글조차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킨다고 난리다.

한 두 사람이 그렇게 하면 행여나 뒤쳐질까 두려워서 대부분 따라하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발음을 원어민에 가깝게 하기 위해서 혀를 수술하는 웃지 못할 일들 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정부에서 영어 지상주의를 부채질 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쓸데없이 '아륀지' 어쩌고 하면서 발음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안타깝다.

왜 우리나라는  발음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영어 발음은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

발음이 조금 서툴더라도 액센트 위치만 정확하면 아무 문제 없다.

그네들 식으로 유연하게 굴러가지 않아도 전혀 문제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도 영어 발음 대부분 아주 안 좋다. 어떤 사람은 아주 엉망이다.

심지어는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중에서도 발음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

미국의 어느 티브이 뉴스 시간에 미국 정부 관리하고 대화나누는 장면이 나온 적 있었다.

중동 지방의 어느 나라 대사였는데 그야말로 엉망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래도 그 사람들 다 외교무대 에서나 무역 등을 하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

왜 그런가?

상대편이 다 알아듣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자.

외국인이 서투른 우리말을 구사한다고 할 때 우리가 외면하고 모르겠다고 하나?

귀를 기울이면서 그 뜻을 헤아리려고 노력할 거 아닌가.

똑 같다.

외국인이 우리말을 우리처럼 잘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서툴게 해야만 외국인답다고 할 수도 있으며 더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의 특성과 전통적인 것을 잘 살려서 내 놓는다면 바로 그것이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아프리카 사람이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것을 잘 살린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겠지만 서구적인 것을 내 세운다면 쳐다보기나 하겠는가?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그런데 우리 것을 소홀히 한 채로 외국의 것들을 동경하고 따라하는 풍토가 젊은이들에게 만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서구 문물을 더 좋아하고 또 영어를 중요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외국 것을 답습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결국은 영어 중시 분위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먼저 우리 것 부터 사랑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육 현장에서부터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습관을 들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억지로 주입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정부에서 할 일은 바로 이런 거 아닐까?

영어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다 알아서 공부한다.

정부가 나서서 하라 마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먼저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나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더 효율적이고 또 남들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남들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게 마련 아니겠는가.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앞으로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으면 먼저 한국어 할 줄 아는 거 없냐고 꼭 물어보자.

영어로 하기 전에 한국어로 "한국어 전혀 몰라요?" 이렇게 물어보자.

대부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모른다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기본적인 한국말은 배우고 오라'고 충고를 해준 다음에 영어로 안내를 해주자.

우리가 외국에 가려면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를 배우고 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은 조금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를 얕잡아 보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자기들의 언어를 배우고 싶어 안달을 하고 또 그들의 사고방식을 따라하고 싶어 하니 저절로 얕보는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앞으로는 그런 분위기를 조금씩이라도 바꿔야만 한다.

우리 언어도 소중하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우리 언어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들이 거들떠나 보겠는가.


영어 배우는 것을 중단하자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밉든 곱든 영어는 이제 국제 언어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배우더라도 줏대를 지키면서 배우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