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아이레스 3주 체류하기 6 ( 가우초 체험 )
'가우초'는 아르헨티나 카우보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르헨티나에는 '팜파스'라는 대초원이 있어,
일찍부터 목축업이 발달한 나라.
'가우초 체험'은 도시를 벗어나 목장에서 맛보는 색다른 경험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달려
가우초 체험 농장에 도착했다.
아마 고등학생 때 이었을 거다.
아르헨티나에 '팜파스'라는 대초원이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가.
가도 가도 편편한 지평선만 보인다는 드넓은 초원.
그 크기가 우리나라 전체 땅의 몇 배나 된다지 뭔가.
세상에 ~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가슴이 막 뛰는 걸 느꼈었다.
상상만으로도 흥분 상태가 된 것이었다. ㅎ
그 당시 나는 넓은 초원을 선망했었다.
가끔 접하는 외국 영화를 보면,
드넓은 초원이나 평원이 자주 등장했는데,
그런 거에 꽂혀있었던 거다.
그 이면에는 산골짜기 동네에서 태어나고
가난한 비탈 동네에서 자란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ㅎ
물론 온통 산 투성이인 우리나라의 지형도 영향을 미쳤을 테고...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누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세계일주 여행'이라고 대답하면서도
팜파스에서 말을 타고 막 달리거나,
지프 차로 부아앙 ~ 달려 보고 싶다는 얘기를 꼭 곁들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팜파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으면서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한 거다.
(모르면 용감하다지 않는가. ㅎ)
이번에 남미 여행을 계획하면서 맨처음 떠오른 생각 또한
당연히 '팜파스'였다.
그래서 팜파스 투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방향의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검색되는 건 많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모두 별 필요없는 내용이었다.
할 수 없이,
현지 여행사에 팜파스 투어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또는 그런 걸 취급하는 가이드가 있지 않을까?
또는 전문 렌트카 없체가 있지 않을까?
등도... 찾아봤으나,
그 또한 찾을 수가 없었다.
볼리비아에서 출발하는 '팜파스 투어'라는 여행 상품이 있던데,
그건 아마존 강 유역 위주의 자연 생태 체험 비슷한 거여서,
내가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그런 게 아니라,
드넓은 초원을 힘차게 달리며 맘껏 소리지르고 싶었다.
만약 지프 차 등을 운전할 수 있다면,
브레이크 페달엔 아예 발을 대지도 않으면서
한동안 이리저리 내키는대로 무작정 질주하고도 싶었다.
미친듯이... ㅎ
그런데 그런 걸 가능케 하는 길이 보이질 않았던 거다.
허 ~ 참...
그제서야 내가 그동안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나 할까?)
부에노스아이레스 자체가 팜파스에 위치하니까
지프 차를 렌트해서 시 외곽으로 무작정 달려볼까? ...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무모해서다.
젊었을 때라면 시도해봤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생각나서)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게 바로 나이 먹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ㅎ)
암튼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바로 '가우초 체험 투어'였다.
가우초 체험 투어는 팜파스 내에 있는 목장에서 이루어진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차량으로 한시간 반 가량을 달려가서 만난 목장은
넓은 초원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목장 자체도 팜파스내에 위치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부터 목장까지 모두 팜파스이기 때문에,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팜파스 맛보기'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목장에 도착하여 이러 저리 둘러 보는데,
바베큐 파티를 위해 화덕에서 불을 피우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옆에는 고기가 가지런히 마련되어 있고...
화덕에서 숯을 만들어
고기 밑으로 옮길 모양이었다.
점심 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어서
목장 내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이 건물은 목장의 발자취를 들여다 볼 수 있게 꾸민
일종의 박물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차 타기 체험
말이 끄는 마차를 잠깐 타보는 건데,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어서 별 다른 느낌은 없었다.
이번엔 말타기 체험이다.
말을 타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것도 덩치 작은 조랑말이 아니라 커다란 말을...
박물관 구경을 하고,
마차를 타고,
말타기 체험까지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 사이에 바베큐 파티 준비가 다 된 것이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끝마칠 때 쯤,
무대에서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가우초들의 묘기를 감상할 시간.
위에 보이는 끈의 끝에 반지 비슷한 걸 걸어놓고
가우초들이 말을 달리며 볼펜 같은 걸로 그걸 꿰는 묘기다.
말을 타고 빨리 달리며,
그 작은 구멍에 볼펜 같은 걸 끼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행위다.
왁자지껄 소란스러웠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평온을 되찾은 목장.
아침부터 저녁 무렵까지 이어지는 가우초 체험 투어...
상업적으로 변질된 면이 많이 보여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경험이었다.
나로서는
목장에서의 체험보다,
차량 이동 내내 팜파스의 일면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초원과 아득하게 이어지는 지평선...
그런 걸 바라보는 동안
만감이 교차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