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쿠스코

밝은 창 2019. 2. 19. 08:53


해발 3400미터에 위치한 옛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는 케추아 어로 '배꼽'이란다.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던데...


이런 걸 보면,

살았던 지역은 달라도

옛날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비슷했던 거 같다. ㅎ



비행기가 쿠스코 지역에 진입했을 때,

그 옛날 잉카인들이 왜 이곳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겼을까?? ... 생각하며

창밖으로 열심히 주변 지형을 살펴보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사방이 온통 험준한 안데스의 산들로 첩첩이 이어져있는데,

쿠스코 지역은 비교적 평지이면서 안온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아르마스 광장









쿠스코의 관광 코스는 짧다.

아르마스 광장과 그 주변이 거의 다다.

광장 자체도 크지 않고,

가볼 만한 곳들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대충 대충 본다면,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깊이 음미해보고자 한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쿠스코 시 전체는 제법 넓었다.

하지만 관광은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한 구 시가지에서만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아르마스 광장 주변의 건물이 대부분 식민지 시대에 건설되었단다.

도시를 재정비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잉카제국의 건축물들을 부수어 버리고

그 위에 성당이나 귀족들의 집을 지었단다.



잉카제국 시기에 이곳은 '신성 광장'이라고 불리며

신성시 했던 장소.

광장 주변으로 신전과 궁전 등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늘 경건한 마음 상태였을 터...


잉카인들 입장에서는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


그래서 광장과 주변을 거닐면서도

건물 등에는 별로 눈길이 가질 않았다.

그냥 전체적인 지형과 분위기... 그런 걸 느끼려고 노력했다.






안타까운 것은,

잉카인들이 신성시했던 신전들이 모두 파괴되었다는 사실이다.

정복자들이 무참히 부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거의 대부분 교회를 건설했단다.


인도에서도 이슬람 세력 집권시기에 그런일들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던 모양이다.


하긴,

스페인 정복자들의 원정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독교 전도'.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금은 보화 획득'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나타날 결과는 사실 뻔했던 거다. 쯧 ~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나를 약간 당황케 한 것은 날씨였다.

리마에서 더운 날씨를 경험하고 왔는데,

이곳에 오니 영낙없는 '가을 날씨'가 아닌가.

엥?

길거리엔 패딩을 입은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그 날만 그랬던 게 아니다.

계속 선선했다.

아침 저녁으로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그래서

한 여름에 이 정도의 기온이라면,

겨울엔 도대체 얼마나 추울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이 추위에 약한 사람들은 살 곳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ㅎ)


그런데 아니었다.

나중에 그곳에 거주하는 교민에게 물어보니,

일년 내내 비슷한 날씨란다.

계절의 구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머물렀던 호텔.


위치도 좋고(광장 바로 옆)

시설과 서비스 등이 만족스러웠다.

알고 보니 'CASA ANDINA' 라는 브랜드의 체인 호텔이었다.

페루, 볼리비아 등에서는 꽤 유명한...





호텔 로비 한켠에 비치되어있는 산소통.



남미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먼저 걱정거리로 떠올랐던 것은 '고산병'이었다.

그 첫 번째 장소가 바로 쿠스코이고...


예방약을 처방받아 가긴 했지만,

확실한 예방약은 없다고 알려져 있고,

처방을 해준 의사나 약사조차도 약의 효과를 너무 기대하면 안된다고 하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인들에게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면, 코카잎을 입에 넣고 씹거나 코카차를 마시라고 권하는데, 그것 또한 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단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맞닥드린 서늘한 날씨에 놀라

고산병에 대한 걱정은 잠시 잊고있었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준비되어있는 코카잎과 코카차

그리고 산소통을 보니 금세 되살아났다. ㅎ


고산병 증세때문에 고생했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막 떠올라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증상이 심해서 여행 자체를 포기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별 탈이 없었다.

약의 효과인지, 아니면 체질상 괜찮았던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무사히 잘 넘어갔다. ㅎ






유명한 12각돌 쪽으로 가는 길



가면서 보니,

12각돌 말고도

주목받을만한 곳이 많이 보였다.

어떻게 저리 쌓을 수 있었지?? ...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2각 돌


12각 돌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막 찍으려는 순간,

꼬마 하나가 냉큼 그 앞에 가서 앉는다.


꼬마 부모가 미안해 하며

나오라고 손짓하던데,

나는 그냥 웃으며 셔터를 눌렀다.

귀여운 아이와 함께 찍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로 나중에 화면을 확인해보니

더 좋아 보였다. ㅎ





돌담 한켠에 있는 작은 기념품 점들.









전통복을 입은채 작은 좌판을 벌인 여인이

졸고 있기에 지나가면서 잠깐 찰칵. ㅎ


다시 또 아르마스 광장.

쿠스코에선 어딜 가든

결국은 아르마스 광장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ㅎ








산 페드로 시장 쪽으로 가는 길.







산 페드로 시장 쪽으로 나가는 문

저 문을 나가면 곧 시장이 보인다.



산 페드로 시장


쿠스코의 전통 시장인데,

전통시장 특유의 모습도 있지만,

관광객들에게 알려져서 그런지 관광상품을 파는 곳도 꽤 많이 있다.


 기념품 같은 걸 잘 사지 않는 편이라서

그냥 구경만 하며 지나다녔다. ㅎ


즉석 과일즙을 파는 가게들이 한곳에 연이어 있던데,

그곳에서는 호객 행위가 많았다.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기 때문에 그런지

관광객만 보이면 열심히 불러댔다.



시장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시장 내 좌판 음식코너에서 현지인들이 사먹는 수프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그걸 가리키며

같은 걸로 한 그릇 달라고 했다.


입맛에 맞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어쩌면 주인 아주머니 인상이 푸근하고 좋아서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ㅎ



수프는 금세 나왔다.

커다란 솥에 있는 걸 국자로 그냥 퍼서 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릇에 퍼 담은 다음

고명으로 고수풀을 조금 올리더니

그냥 쑥 내어놓는다.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이...


막상 나온 음식을 보니,

좀 이상하고 볼품없는 모습이라서

괜한 짓을 했나?... 잠깐 후회했었다. ㅎ


그런데,

세상에 ~

맛이 너무 좋았다.

내 입맛엔 안성마춤이었다.

값도 무척 싸고,

먹은 다음 속도 편해서, 참 좋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먹고 싶은 생각이 난다.ㅎ)



참고로,,

[식기나 식탁 그리고 좌석 등의 위생상태는 좋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런 게 신경쓰이는 사람은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ㅎ

아참 그리고,

고수풀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통복장 한 현지인들의 모습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막상 카메라를 들이대려면 주저되어서 못했다.

찍는 게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어쩌면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들 모습을 사진찍으려 할 거 아닌가...

나같으면 기분 나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나친 다음에 살짝 셔터를 몇번 눌러본 게 다다. ㅎ









잉카 콜라.


콜라... 하면 '코카콜라'나 '펩시콜라'가 떠오른다.

두 브랜드가 전세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들과 겨루기를 해본 토종 브랜드들이

제법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결국엔 모두 이들에게 함락 당했다.

그리곤 조용히 사라졌다.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랬었다. ㅎ


그런데 이곳의 잉카콜라는 계속 버틴 모양이다.

소비자들이 계속 잉카콜라를 찾으니 방법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결국엔 코카콜라에서 그 회사를 돈으로 인수했단다.

그리고 계속해서 잉카콜라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중이란다. ㅎ



맛이 궁금해서 사먹어봤는데,

그동안 코카나 펩시에 길들여져서인지

좋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째 좀 밍밍하기도 하고... ㅎ


맛의 길들임... 이거 진짜 무서운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