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페인의 그라나다 2

밝은 창 2017. 10. 13. 10:07


알람브라 궁전은 이베리아 반도를 781년간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왕궁.

그들이 발전시킨 무데하르 양식의 절정체다.


건축물들은 대체적으로 붉은 색을 띠고 있는데,

'알람브라'라는 말 자체가 '붉은 흙으로 지은 요새'라는 뜻 이란다. 


알람브라의 노른자위는 나수르 궁전.

그런데 이곳은 티켓을 구매할 때 관람 시간을 미리 정해야 하며,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입장할 수 없다.

따라서 전체적인 시간 배정을 잘 해야 한다.


나는 '헤네랄리페'부터 시작하여' 카를로스 5세 궁전', '알카사바' 등의 순서로 구경한 다음에

나수르 궁전에 입장하기로 했다.







 

헤네랄리페로 가는 길은 환상의 정원 길이다.

잘 조성된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헤네랄리페






'헤네랄리페'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하려고 만든 별궁이란다.






궁 안 내부가 아늑하다.

고요함 속에 청명한 물소리만 울려 퍼진다.


음.... 참 좋다!

열지어 있는 작은 분수들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산책을 하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질 거 같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려고 만든 별궁'이라는 목적에 아주 잘 부합한다.)


유명한 클래식 기타 음악인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바로 저 작은 분수들에서 떨어지는 잔잔한 물소리를 표현한 거란다.


잠시 눈감고 물소리를 들으며,

기타 곡을 연상해보았다.

너무 잘 매치가 된다.

음.... 참 좋다 !!!






분수의 물은 수압 차이를 이용한 자연 분출이란다.

따라서 별도의 동력 없이도 계속 저 상태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이곳 뿐 아니라 알람브라 전역에서 쓰는 물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관을 통해 끌어다 쓴다는데,

그 옛날에 그런 설계를 하고 또 실제로 만들어냈다는 게 참 놀랍다.







산 프란시스코 수도원


그런데 지금은 스페인 국영호텔(파라도르)로 쓰인단다.

(성수기 숙박비가 꽤 비싸다고 소문난 곳이다.)






아벤세라헤스의 집터



아벤세라헤스는 그 당시 왕국의 최고위 귀족이었는데,

왕비와의 불륜이 왕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집안 전체가 몰살을 당하고 말았단다.

나수르 궁전에도 아벤세라헤스의 방이 있다.



산타 마리아 교회(성당).

17세기에 지어진 건물이란다.



카를로스 5세 궁전.


카를로스 5세 재위 시절에 지은 궁이라는데,

바깥쪽은 사각형의 르네상스 스타일,

안쪽은 원형의 로마 스타일이다.

바깥에서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다.



원형의 가운데 쯤으로 가서 손뼉을 치면 전체적으로 울린다.

이른바 '공명 현상'이다.

(손뼉을 한 번 치는 거까지는 허용되는데 여러번 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제지를 받는다.ㅎ)



그런데 이 카를로스 궁은 알람브라에 영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인 거 같다.

주위의 다른 건축물과 조화도 되지 않고,

자체적으로도 투박할 뿐 아니라 뭔가 엉성하다.


이렇게 지을 거면 왜 이곳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좀 생뚱맞다.' 는 표현이 딱이다.


알람브라의 핵심인 나수르 궁전이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옆에 지은 이 카를로스 궁 때문이라는 말도 있단다.

그래서 그런지 더 밉게 보였다. ㅎ







알카사바.




알카사바는 알람브라의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군사요새와 주거지역, 목욕탕, 시장 등이 있었단다.

겉에서 볼 때는 그리 크지 않게 봤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꽤 넓다.


이곳 전망대에 올라가면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다.

그라나다 전체는 물론이고 꽤 멀리까지 다 관찰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최적의 장소임에 틀림없다.


알람브라는

이런 천혜의 군사 요새를 방패 삼아 

그 뒤에 터를 닦고 궁전을 지은 모양새다.

일단 이곳에 올라와 보면

아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 같다.




알카사바 전망대.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앞에 있는 알바이신 지구는 손에 닿을 듯하고,



그라나다 지역 전체와 멀리까지 다 보인다.





이제부터는 알람브라의 핵심이자 노른자위인 나수르 궁전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사진이 없는 거 같아 속상하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앵글도 제대로 잡지 못했고,

디테일도 놓쳤다.


왜 이렇게 밖에 못찍었지?

저절로 자책이 된다. ㅠ


궁 전체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그 섬세한 조각 기술은

가히 세계 최고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거 같았는데...


사진에서는 그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

많이 아쉽다.





사자의 궁





궁 안의 파티오에 사자로 구성된 분수가 있어서 '사자의 궁'으로 불리우는 모양인데,

이곳은 나수르 궁전 내에서도 압권이라고 할 만하다.

(실제로 관광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곳이란다.)


이곳은 왕의 여자들이 머물던 장소였다는데,

열 두 마리로 구성된 사자 분수와 더불어,

파티오를 둘러싸고 있는 정밀하게 세공된 124개의 대리석 기둥이 우선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파티오 둘레에 있는 방들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벤세라헤스의 방.



사진은 천장에서 벽면으로 이어진다.






너무 좋았다.

특히 천장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아무리 봐도,

인간의 작품이 아닌 거 같다.

올려다 보느라고 목이 아팠지만,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천장 뿐 아니라 벽면, 기둥, ..

보는 곳마다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느 곳 하나 예술품 아닌 곳이 없다.

놀랍다.


아니 단순히 '놀랍다'는 표현가지고도 부족하다.

진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찌 그리 섬세하게 조각하고 꾸밀 수 있단 말인가.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사진이.... 사진이....

'영 아니올시다'.... 이다.

(소형 자동 카메라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 느낌의 반의 반도 표현되지 않은 거 같다. ㅠ

안타깝다.



이 아름다운 방은 '비극의 방'으로도 부른단다.

아벤세라헤스 가문의 사람들 수십명이 바로 이 방에서 도륙을 당했기 때문이다.

아벤세라헤스가 왕비와 불륜을 저지르다 걸리는 바람에

가문 전체가 몰살을 당한 것이다.


아벤세라헤스의 불륜 사건이 터진 이후,

그 가문의 사람들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었단다.

그런데 나중에 왕이 바로 이 방에서 파티를 연다고 그들을 초대하자,

왕이 선정을 베푸는구나... 하며 기쁜 마음에 참석했단다.


하지만 파티가 아니었다.

그들을 한꺼번에 죽이려는 왕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불륜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정치적인 탄압이었다는 일설도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이 방에서 아벤세라헤스 가문의 사람 수십 명이 죽임을 당한 건 분명하다고...


그런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방을 '아벤세라헤스의 방'이라고 명명했단다.


이곳과 비슷하게 생긴 또 다른 방이 있는데,

그곳은 '두 자매의 방'이라고 불리운다.

서로 생긴 모습이 비슷해서 그곳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ㅎ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 사자 분수를 다시 한 번...



처음에는

매 시간마다 열두 사자 가운데 한 마리씩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단다.

그래서 그걸로 시간을 알리는 물시계 기능을 했단다.

그런데 지금은

열두 마리 모두의 입에서 항시 물이 나온다.


그라나다를 정복한 세력이,

 물시계의 기능이 신기하여,

그 비밀의 열쇠를 알려고 분수를 해체했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단다.

오히려 괜히 해체했다가 조립하는 바람에

지금처럼 단순한 기능으로 변해버리기만 했다고...

(확실한 근거있는 얘기는 아니고, 이런 설이 있단다. ㅎ)


*   *   *



그런데 나수르 궁전 곳곳에 보수 공사 중이거나,

건물이 기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재를 사용한 곳이 많이 보여서

참 아쉬웠다.









나수르 궁전이 점점 기울고 있어서

보완 공사가 필요다하는 얘기는 몇 년전부터 들은 거 같은데,

이번에 눈으로 확인해보니, 이젠 좀 심각한 듯하다.

머지 않아 전면적인 조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나수르 궁전을 한동안 관람하지 못한다는 얘기...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나수르 궁전을 빼는 건 달걀에서 노른자를 빼는 것과 같고,

찐빵에서 앙꼬를 빼내는 것과 같다.

알람브라 관광객의 대폭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철재 등으로 버티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거 같다.

그런데

그러다 자칫 실기라도 해서 붕괴가 일어난다면??

.....

'소탐대실' 이라는 말은 바로 그럴 때 쓰는 용어 아니겠나. ㅎ






궁 안엔 연못과 분수가 많은데,

이는 이슬람 문화에서는 물과 관련된 것들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 아닐까... 한다.


사막 지역에서 태어난 그 종교의 속성상,

'깨끗한 물'은 그야말로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나수르 궁 관람을 마치면 나가는 곳.




알람브라  밖으로 나가는 문.






밖에도 이렇게 분수가 있다.


저 물을 그냥 마실 수도 있다는데,

찜찜하기도 하고, 준비한 물이 남아있어서 그냥 지나갔다.



이곳을 지나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

누에바 광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