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2]
러시아에서 'PECTOPAH' 란 글씨가 들어간 간판을 발견하면, 뭐하는 곳일까?
.....
답은.. '레스토랑' 즉 음식점이다.
러시아어 알파벳 발음에 의하면,
P 는 영어의 R 발음이다.
그리고 C 는 영어의 S 에 해당한다.
또한 H 는 N 이란다.
따라서 위의 글자를 러시아식으로 발음하면, '레스또란'이 되는 거다.
그런데 볼 때마다 우선 '펙토파'로 읽힌다,
저 글씨를 보고 '레스또란'이라고 저절로 읽히는 사람은, 아마 러시아 사람들뿐 아닐까? ㅎ
라틴어에서 출발한 대부분의 서양 언어들은 발음이 조금씩은 닮아있다고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러시아만은 영 딴판이었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게 바로 저 'P'와 'H'였다.
P는 나도 모르게 자꾸 'ㅍ'이나 'ㅃ'로 읽어지고,
H는 자꾸 'ㅎ'이나 묵음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문제를 겪으리라 생각된다.
서구의 언어들과 생김새는 비슷한데 발음이나 뜻이 완전히 다르니 혼동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러시아어에만 있는 이상한 글자들까지 더해지면, 두 손을 들어야 한다. ㅎ
또한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모른다.
관광계통에 근무하는 사람들 빼고는,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이 러시아어 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길을 찾다가 잘 몰라 헤매거나 곤란한 지경에 빠지면, 경우에 따라 힘들 수도 있다.
러시아 여행을 앞두고, 내 나름대로 러시아어의 알파벳 발음을 익히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간단한 대화도 숙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쉽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이 '스빠씨바' 인데,
가장 간단한 그 말부터, 꼭 욕하는 것 같아서 입 밖으로 잘 나오질 않았다. ㅎ
그리고 '예'라는 말이 '다' 이고
'아니요'라는 말이 '니엿'인데, 이것도 가끔 헷갈리고... ㅎ
거리의 간판을 보며 공부한대로 러시아어 알파벳 발음을 해보았지만,
자꾸 틀렸다.
그중 가장 나를 헤매게 만든 주범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P와 H였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발음과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에, 볼 때마다 헷갈렸다.
도대체 누가 처음에 그렇게 해놓았는지 원....
러시아 사람들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비슷한 혼란을 겪을 거 같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 학생들이 영어나 불어 독어 등으로 공부할 일이 있을 텐데, 그때도 그렇지 않겠는가?
암튼 러시아 여행엔 언어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러시아 자유 여행을 하려면, 러시아어 공부를 많이 하고 가야 한다.
나처럼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하고 가면, 헤매거나 고생할 수밖에 없다. ㅎ
크렘린 궁 내부에 있는 정원과 화단의 모습들.
크렘린 궁 관광을 마치고 붉은 광장으로 나가는 출구.
크렘린을 구경하고 나서,
굼 백화점에 들어가 봤다.
총 3층 밖에 되지 않지만,
건물의 기본 바닥이 넓어서 꽤 컸다.
매장을 양쪽으로 배치하고 가운데에 통로를 크게 해놓은 것도 특이했고,
그 통로 곳곳을 꽃으로 장식하여 멋있었다.
몇몇 상품의 가격을 확인해보니, 러시아의 물가수준에 비해 매우 비쌌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브랜드들이니 그런 가격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러시아 사람들은 아예 엄두도 못 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 안쪽만 꽃으로 장식한 게 아니라,
바깥에도 화단을 꾸며서 전체적으로 꽃에 둘러싸여 있는 듯했다.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서 이런 저런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볼쇼이 서커스가 볼쇼이 극장에서 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전용 장소에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 그런 것은 기본적인 정보인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 여행 준비하면서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었다.
여행을 앞두고 각 여행지에 대해 자세한 정보 수집을 하려는 즈음에, 지독한 감기 때문에 한 달가량을 고생했었다.
(난 벼락치기로 공부하던 스타일이라서, 구체적인 정보수집도 한 달 전쯤에서야 시작했다. ㅎ)
그래서 정보 수집은 고사하고, 여행 자체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
다행이 여행 예정일을 사흘 앞두고부터 몸 상태가 좋아져서 포기는 안했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볼쇼이 서커스 공연을 하는 전용 극장은 모스크바 대학교 옆에 있단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모스크바 대학교도 가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커스 전용극장을 찾아갔더니,
그곳도 볼쇼이 극장과 마찬가지로 막 보수 공사를 시작한 상태였다.
쩝 ~
김이 팍 샜다. ㅎ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는 볼쇼이와 관련된 관람과는 인연이 없는 듯했다.
볼쇼이 극장과 달리 이곳은 외부 보수 공사도 같이 하는지,
외부 곳곳에 공사를 위한 각종 기자재를 설치해놓아서 사진 찍기도 곤란했다.
그래서 극장 외관 사진 찍는 것조차도 포기했다. ㅎ
씁쓸한 마음을 안은 채 바로 옆에 있는 모스크바 대학을 찾았는데,
멀리 대학 본관 건물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건물이 워낙 커서 전체를 제대로 찍을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멀리서 찍으면 너무 멀어서 감을 잡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조금 더 건물 쪽으로 다가가면 나무들 때문에 가리는 면이 많거나
아예 앵글에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고.
좀 더 다가가면 건물의 일부분 밖에 찍을 수 없고...
어쨌든 그래서 사진에 그 건물의 위용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ㅎ
본관 안을 구경해보려고 했는데,
학생이나 교직원이 아니면 출입이 안 된다고 하여 그냥 돌아서야 했다.
출입을 제한 하는 것이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지만,
본관 건물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다.
모스크바에는 스탈린 시대에 건설한 유명한 건축물이 몇 개 있는데,
이 본관 건물도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란다.
그래서 관광 안내 책에도 꼭 등장할 정도다.
그러니 그냥 방치할 경우엔 관광객들 때문에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건물에는 그 당시의 소련 국기에 들어갔던 공산당 마크 등도 그대로 남아있다.
본관 건물을 제외한 다른 건물들은 그냥 평범했다.
그런데 대부분 낡았다.
지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구석구석 문제가 많아 보였다.
비단 건물 뿐 아니라,
각종 기반 시설도 낡고 허물어진 채 방치되어 있는 부분이 많았다.
아무래도 러시아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같았다.
다만 별다른 시설 같은 게 필요 없는 녹지공간은 괜찮아 보였다.
캠퍼스의 녹지 공간.
모스크바 대학교 캠퍼스는
아주 평평한 땅 위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넓어 보였다.
알고 보니,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려면
한 시간도 넘게 걸린단다.
그래서 그런지 교내를 운행하는 작은 버스도 보였다.
다시 한 번 넓은 땅을 가진 그들이 부러웠다.
모스크바 대학을 나와 이번엔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다.
이곳도 모스크바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필수 코스 중의 하나다.
아르바트 거리가 시작되는 곳(지하철 스몰렌스카야 역 근처)에는
스탈린 시대에 만들어진 유명한 건축물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러시아 외무성 건물이다.
그리고 이 역시 관광지 중의 하나다.
이 건물 또한 워낙 커서
전체적인 구도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누어 찍었다. ㅎ
대체적으로 스탈린 시대에 지은 건축물들은,
자신들(소련)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 그랬는지,
규모를 먼저 염두에 두고 설계한 거 같았다.
스몰렌스카야 역 근처에 있는 식당, '무무' 의 입구.
앞에 있는 얼룩 젖소 상이 이 식당의 상징이다.
들어가 보니, 카페테리아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관광객들에게 꽤 입소문이 났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가격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그런대로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아르바트 거리 입구를 찾아 가는 중에 특이한 리무진 한 대를 발견했다.
아마 결혼식이 있었던 모양인데,
리무진의 모양이 미국 등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달라보여서 찰칵. ㅎ
리무진의 모습 조차도 러시아스럽다고나 할까? ㅎ
아르바트 거리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빅토르 최' 추모 벽.
러시아인 어머니와 이주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 가수였던 빅토르 최는
러시아인들 사이에 가장 사랑 받는 음악인 가운데 하나란다.
특히 록 분야에서 그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그런데 28살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여
이곳에 추모의 벽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던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잠시 애도를 표했다.
아르바트 거리의 또 다른 명소인 푸시킨 집.
푸시킨이 이곳에서 잠시 살았었다고...
집 앞엔 푸시킨 부부의 동상도 있다.
그런데 이 동상을 찍으려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중국인들 대여섯 명이 사진을 찍느라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며
별의 별 포즈를 다 잡아보며 계속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마치 동상을 자신들이 전세 낸 듯했다.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약간의 짜증 섞인 불만을 그들에게 던지자,
그제야 미안한 표정으로 잠깐 비켜주어 찍을 수 있었다. ㅎ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해외여행에서 그들을 만나는 일이 이젠 다반사가 되었다.
그런데 가끔 그들의 몰지각한 행태 때문에 언짢을 때가 있다.
어떤 때는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창피할 때도 있다.
우리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대충 구별할 수 있지만,
서양인들은 구별 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나쁜 선입견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제대로 찍지 못한 부분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놓친 것도 많고...
서두에서 밝혔듯이, 블로그를 염두에 두고 여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막상 블로그에 올리려고 정리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참 아쉽다.
다음부터는 좀 더 세심하게 찍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ㅎ
끝으로 지하철 역 내부 모습 몇 장을 추려봤다.
러시아의 지하철 역 내부의 모습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고 한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몇 개의 역이 그렇단다.
그런데 그런 역들을 일부러 찾아가 보고 싶진 않았기에,
이동 중 두 군데 정도 들러본 걸로 만족했다.
전동차는 낡아서 덜컹거리고,
운영 시스템도 구식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역 내부만큼은 그런 것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다.
ps. 러시아에서 지하철 탈 때엔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안내 방송도 잘 들리지 않고, 잘 살펴보지 않으면 정차하는 역이 어딘지 헷갈릴 때도 많다.
게다가 전동차 문 여닫는 것도 무척 거칠다.
타고 내릴 때, 서울의 지하철을 생각하고 행동하다가는 다칠 확률이 높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