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1]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삽산열차'라는 고속열차를 이용하여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5시간정도 소요 되었다.
두 도시를 논스톱으로 달리면 4시간가량 걸린다는데,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는 논스톱이 없고 중간에 있는 역 몇 개를 거치는 것밖에 없었다.
예전엔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 등이 두 도시 간을 이동할 때, 주로 비행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열차나 버스 등을 이용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1년에 삽산열차가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단다.
세계지도를 보면 두 도시 사이의 거리가 꽤 먼 것을 알 수 있다.
알기 쉽게 비교해보자면, 부산에서 신의주 거쳐서 중국의 선양까지 가는 거리 정도?
그러니 고속열차가 없었을 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두 도시 사이엔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있었다.
지도에서만 봤던 '유럽평원'의 실체를 차창 밖으로 확인한 것이다.
중국의 만주벌판처럼 완전히 평평한 땅은 아니었지만, 매우 완만한 평원이 기차가 달리는 내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넓은 땅을 가진 그들이 부러웠다.
20여 년 전에 만주벌판을 기차로 달렸을 때엔 마음이 계속 착잡했었다.
우리 선조들이 누비던 그 드넓은 땅이 이젠 중국의 땅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하지만 이번엔 그냥 부러운 마음뿐이었다.
유럽평원은 애초부터 우리의 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ㅎ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모스크바 역.
상트엔 기차역이 다섯 군데 있다고 하는데, 모스크바로 가려면 이 역을 이용해야 한다.
삽산열차.
열차의 각 칸마다 안내원이 있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레닌그라드 역을 나와서 한 장 찰칵.
모스크바에는 총 9 개의 기차역이 있다는데, 그 중의 하나다.
모스크바에 예약한 숙소와 가까워서,
짐을 풀자마자 찾았던 볼쇼이 극장.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볼쇼이 극장에 왔으니,
발레나 서커스 등 뭐 하나라도 경험해볼까? 해서 매표소를 찾았으나,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알고 보니, 바로 하루 전부터 두 달 예정으로 내부 보수 공사에 들어갔단다. 쩝 ~
아쉬움을 안고 뒤돌아설 수밖에...
'모스크바'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크렘린과 바실리 성당이 있는 붉은 광장.
그래서 다음 날 그곳부터 갔다.
이곳은 붉은 광장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여기도 광장의 형태이기 때문에 '마네쥐 광장'이라고 한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모스크바 박물관'이고,
왼쪽에 보이는 두 개의 출입구는 '부활의 문'이라고 부른다는데,
붉은 광장으로 통하는 입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쪽만 개방해놓고 있었다.
모스크바 박물관 앞에 있는 주고프 장군의 동상.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라는데,
말단 병으로 출발하여 군 최고의 자리인 원수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붉은 광장에 들어서니,
멀리 있는 바실리 성당부터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 파리' 하면 에펠탑이 먼저 떠오르듯,
'모스크바' 하면 맨 먼저 생각나는 대표적인 건축물은, 바로 이 바실리 성당이 아닐까 한다.
규모는 크지 않고 아담한 편이었지만,
붉은 광장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무엇보다 그 생김새가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거 같다.
바실리 성당 오른쪽의 커다란 건축물이 바로 크렘린 궁.
과거 소련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한 러시아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이다.
붉은 광장에서 크렘린 궁을 바라볼 때,
정 중앙에 위치한 레닌 묘.
레닌의 시신이 방부처리 된 채 보존되고 있다고 하는데,
개방되지 않아 보진 못했다.
(개방되어있다고 해도,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볼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ㅎ)
크렘린 궁의 맞은편에는 유명한 '굼 백화점'이 있다.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해있는 모스크바의 대표적인 백화점이며,
붉은 광장에 위치해있어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시 중심지에서 붉은 광장에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사진을 나열해 본 것이다.
그런데 광장에 들어서면서 바실리 성당이나 크렘린 궁부터 찾아서 그렇지,
사실은 왼쪽에 카잔성당부터 나타난다.
카잔성당.
17세기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모스크바에서 가장 중요한 성당 중의 하나였다는데,
소련 시절 스탈린에 의해 철거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단다.
현재의 모습은 소련이 붕괴된 후에 복원된 것이라고...
오른쪽에 굼 백화점의 일부가 보인다.
정리해보자면,
오른쪽의 크렘린 궁, 왼쪽의 카잔성당과 굼 백화점....
그 안의 넓은 광장이 바로 붉은 광장이다.
그런데 상상했던 것보다는 크기가 작아서 약간 실망했다.
그동안 화면이나 사진 등으로 봤을 때는, 매우 넓은 장소라고 생각되었는데,
실제 가서 보니 거기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ㅎ
바실리 성당을 둘러본 후에,
크렘린 궁을 관람하려고 입구를 찾아가다가 만난 무명용사 묘.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유명한 이곳은,
신혼부부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있단다.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사랑도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하는 마음 때문일까?? ㅎ
무명용사 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화단의 모습이 예뻐서 찰칵.
크렘린 궁의 관광 안내도를 찍어 본 것.
이 안내도를 기준으로 보면,
성곽의 위쪽이 붉은 광장과 접한 곳이다.
그리고 윗부분에 있는 건물들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의 집무실 등이란다.
따라서 그쪽은 관광객 출입 통제구역이고,
사진의 아래쪽 점선으로 둘러싸인 구역만 관람이 가능하다.
안내도에도 보이지만,
궁내엔 작은 성당들이 많은데,
주로 왕이나 왕족 또는 고위 귀족들을 위한 것이었단다.
작은 성당들을 둘러보고 난 다음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대포였다.
일명 '황제의 대포'라고 한다는데,
무게만도 40톤에 육박하고,
앞에 놓여있는 포탄 1개의 무게도 1톤에 가깝단다. ㅎ
1톤의 쇳덩어리를 적진에 날려 보내려면
얼마나 많은 화약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그 소리와 반동은 또 얼마나 요란했을까??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16세기에 만들었다는데,
그때에 이런 거대한 대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금도 이런 걸 만들려면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대포를 보고 난 다음엔,
'황제의 종'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종을 찾았다.
무게가 약 202톤, 직경 6.6미터, 높이 6.14미터인 세계 최대의 종이란다.
18세기에 주조되었다는데,
완성될 무렵 크렘린에 화재가 났을 때,
이 종을 관리하던 경비원이 종에 찬물을 부어 균열이 생기면서 일부 조각이 떨어져 나갔단다.
그래서 한 번도 타종되지 못한 채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때 떨어져나간 조각( 밑에 진열되어있는 것)의 무게만도 1톤에 달한단다.
대포를 봐도 그렇고,
종을 봐도 그렇고,
제정 러시아의 스케일이 모든 면에서 크긴 컸었던 모양이다. ㅎ
화장실을 찾아 갔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크렘린 대회궁전'이란다.
구소련 시절에는
이곳에서 공산당 전당대회 등 중요한 정치적 용도로 쓰였으나,
지금은 각종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으로 쓰고 있단다.
그런데 그날은 아무 공연도 없었다.
대회궁전 앞에 있는 길 건너편부터는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다.
요소요소에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길어지는 거 같다.
아무래도 모스크바 또한 상트처럼 두 번에 걸쳐 올려야 할 거 같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