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사이

라스베이거스

밝은 창 2014. 11. 6. 10:56

 

     

     라스베이거스

 

                              은산

 

밤이 깊어진 때

모하비 사막에 접어들면

별들의 유혹에 빠져

길을 잃기 쉽다.

 

하늘을 사로잡은 별들이

활짝 웃으며 달려들면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별들의 매력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발을 딛다 보면

자칫 미로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설령 길을 잃더라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길을 잃었다 싶으면 무조건

지상으로부터 가장 밝은 빛이 뿜어 나오는 곳

그쪽으로 발길을 잡으면 된다.

 

별조차 빛을 바래는 곳

그래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곳

사막 속의 지상 낙원 '라스베이거스'다.

 

그곳에 가면

마음껏 분위기에 취해도 좋다.

미로를 헤맬 일도 없고,

엉뚱한 곳에서 고생할 일도 없다.

 

밤엔 환상 그 자체인 곳.

천국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은 곳.

거기에선 무엇을 해도 좋다.

 

우두커니 앉아 구경해도 좋고,

볼거리를 찾아 길을 나서도 좋고,

잭팟을 꿈꾸며 슬롯머신에 파묻혀도 좋다.

 

지루하면 각종 쇼를 보면 된다.

춤추는 거대한 분수 쇼.

태양의 서커스

트레져 아일랜드 등

 

그러다 보면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곳의 화사한 밤거리를

맘껏 즐길 수도 있다.

 

혹시 아나

그렇게 다니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지.

그래서 평생 못 잊을

멋진 데이트를 하게 될지.

 

그곳에서 밤에는

어떤 것을 기대해도 좋다.

때론 기대 이상일 수도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밤에 잠만 자는 것은

그 도시에 대한 일종의 모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