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는 기사를 보고..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한 60대 부부의 유서 첫 문장이란다.
보는 순간, 가슴이 턱 메어져왔다.
저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대에 결혼을 해서 40년 정도를 같이 살았다는 그 부부의 삶에 대해.
그 부부도 나름대로 목표가 있었을 테고, 그것을 향해 둘이 힘을 합쳐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라는 것도 살아가면서 연령대에 따라 달랐겠지.
아마 대부분의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집을 장만하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자식들 분가 잘 시키고, 노후준비 해놓고 등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그런데 아마 뜻대로 잘 안 되었던 거 같다.
힘들게 일을 하고 그야말로 억척같이 노력했는데도 결과는 초라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좌절감이 심하게 엄습하여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더라는 결론을 내리고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목표를 자신의 처지에 맞지 않게 너무 높이 잡았다면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고 소박하게 살고자 했는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단정할 순 없겠지만, 저 문장을 보면 자신의 처지에 맞지 않게 과욕을 부린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첫 부분부터 저런 문장이 나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60대 이상 노인층의 자살이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힘들게 살다가 생의 여유를 즐길 만한 나이인데 왜 그런 선택을 할까?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자살률이 높으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자살을 선택하게 된 세세한 내용이야 다 다를지 몰라도, 커다란 범위로 묶어보면, 분명히 공통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그 이유를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정부의 관계기관에서 분석하여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 아닌가.
혹시 사회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 측면은 없는지.
꼼꼼하게 짚어봐야 한다.
그저 그냥 있을 수 있는 세상사 중의 하나라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일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하루빨리 개선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통계수치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 * *
위의 글은 작년 초반 무렵에 써놓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용을 좀 더 보완하려고 한쪽에 밀쳐놨었는데, 잊고 있다가 다시 찾아봤다.
엊그제 그와 관련된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뉴스의 내용은,
'복지부에서 자살예방종합대책이라는 걸 마련키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자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소위 '세 모녀 자살사건'이라는 것을 계기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자, 뭔가 일을 해보려고 하는 모양인데,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꼭 무슨 일이 터져야만 비로소 움직이나?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된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의 기사가 그동안 한두 번 보도 되고 만 것도 아니고, 꽤 자주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뭔가?
꼭 사회적인 관심이 뜨거워지고, 그래서 대통령이 한마디 하고, 그래야만 움직이나?
한마디로 말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