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종교 갈등
인도에서는 전철을 탈 때 일일이 짐 검사와 몸수색을 받는다.
각 전철역에는 검색대와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어 전철을 타려는 모든 사람들을 다 검사한다.
예전에 전철에서 테러가 발생한 적이 있어 그렇게 한단다.
유명 관광지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짐 검사와 몸수색은 필수다.
공항은 훨씬 더 심하다.
여권과 비행기 표가 없는 사람은 아예 공항 건물에 입장이 안 된다.
각 입구마다 무장 요원들이 지키며 엄격하게 조사한 후 출입시킨다.
따라서 마중을 하든지 배웅을 하든지 공항 건물 밖에서 해야 한다.
탑승 수속 시에 소지하고 있는 짐은 모두 별도의 꼬리표를 붙여가며 철저히 검사하고,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은 짐은 크든 작든 소지한 채 탑승할 수 없다.
또한 이미 모든 수속이 끝나고 비행기에 오르는 승객들도 다시 한 번 일일이 여권과 비행기 표를 검사한 후에야 탑승시킨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중간 기착지에서는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않은 승객들과 짐을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하는 등, 지금까지 경험한 항공 보안 시스템 중 가장 엄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또한 테러 방지 대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많은 인력과 자원을 들여가며 방지에 골몰하고 있는 그 테러의 원인은 대부분 종교 때문이란다.
주로 힌두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 간의 갈등.
그 끝을 알 수 없는 대립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할 때, 종교 때문에 인도와 파키스탄 등으로 나라가 찢어진 것도 모자라, 아직도 계속해서 대립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 참 보기가 안타깝다.
요즘도 일부 지역에서는 수시로 테러나 상호간의 충돌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도시에는 늘 경계령이 내려져 있는 거 같았다.
곳곳에 무장 요원들이 방탄복까지 입은 채 경비를 서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들의 눈초리에는 긴장감이 서려있었다.
두 종교의 갈등은 이슬람 세력이 인도 땅으로 들어오면서 싹트기 시작해, 그들이 한동안 인도 땅을 지배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타 종교에 대한 배척 정책 때문이다.
(유일신을 믿는 종교는 타 종교와 공존하기가 힘든 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
이슬람 세력은 자신들이 인도 땅을 점령하자, 우상을 없앤다며 힌두교 등 다른 종교 시설물들을 없애버리거나 파괴하고는, 심지어 그 잔해로 자신들의 기념탑과 사원을 세우기도 했다.
델리에서 최고의 관광 명소로 꼽히는 '꾸뜹미나르'가 대표적인 그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믿는 유일신 알라를 제외하면 다 우상이고 사탄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우상이나 사탄을 숭배하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교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리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생각일 뿐인데.... )
(어느 것이 진리이고, 진짜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어느 쪽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인데...)
이슬람 세력의 인도 지배는 영국에 의해 종식되었고,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엔 분리 독립 (힌두교의 인도와 이슬람교의 파키스탄으로)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 현재의 인도엔 힌두교도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슬람교도들도 인도 인구의 10%가 넘게 있단다.
그래서 지금도 심심찮게 종교적인 갈등이 생기는 모양이다.
또한 인도 땅 곳곳에,
이슬람 세력의 지배 시절에 남긴 각종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그런 것들이 종교적인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 하나만 들어보겠다.
바라나시에 있는 이슬람 사원인 일명 '황금사원' 주변.
그곳엔 늘 긴장감이 팽배하다.
24시간 내내 수백 명의 무장 요원들이 요소요소에서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언제 어느 때 힌두교도들이 그 사원을 파괴하겠다고 덤벼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에 실제로 다른 도시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힌두교 사원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 하나가, 힌두교도들의 습격을 받아 파괴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 경비를 선단다.
비좁은 바라나시 골목 여기저기에서 총을 들고 경비를 서는 무장요원들의 모습... 그들도 힘이 들겠지만 보는 사람들의 눈에도 영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미로 같은 그곳의 골목길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존재가 오히려 믿음직스러운 점도 없지 않지만, 볼 때마다 참 기이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힌두교도들 입장에서는 복창이 터질 노릇이다.
갠지스 강가에 있는 바라나시는 인도의 힌두교도들이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는 장소.
그곳에서 목욕을 하거나 기도하는 것도 영광으로 여기고, 죽어서 그곳에서 화장된 후 강에 뿌려지는 걸 최고의 가치로 치는 그런 곳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힌두교 최대의 성지다.
그런데 이슬람 지배 세력은 그곳도 가만히 두질 않았다.
그곳의 한 가운데 있던 유서 깊은 힌두교 사원을 없애 버리고, 바로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세웠다,
그게 바로 지금의 황금사원이다.
힌두교 최대의 성지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따라서 힌두교 입장에서는 눈 안에 있는 가시와 같은 존재다.
하루라도 빨리 그 사원을 없애버리고 예전의 모습으로 원상복귀해놓고 싶다.
하지만 이슬람교 입장에서는 그것은 옛날의 일이고( 대략 400여 년 전), 이제는 그 사원이 자신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사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그 사이에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이슬람 사원이 된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황금으로 도배를 하는 등 잔뜩 공을 들여놔서 황금사원이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유명한 유적지가 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 * *
사람이 만든 종교가 사람들 사이의 대립을 낳고 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점점 더 세지는 거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 바로 종교 갈등이다.
근래에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충돌과 사건 사고의 근본 원인에는 종교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만들어진 종교.
그런데 그 종교가 오히려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것에 목숨까지 거는 수많은 사람들....
참으로 어리석고도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