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사이
까치에게 배우고 싶다
밝은 창
2013. 5. 3. 11:49
까치에게 배우고 싶다
은산
바람이 제법 세게 부는 날.
나무들이 많이 흔들리는 속에 까치집도 보인다.
갸름하게 키만 훌쩍 큰 나무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어
흔들리는 곡선이 제법 크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나무가 심하게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할 때마다
까치집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곧 무너지거나 떨어질 것만 같다.
그런데 세상에!
계속 끄떡없다.
오래 지켜보았지만, 변화가 없다.
오히려 바람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경이로움이 느껴질 정도다.
까치에게 한 수 배우고 싶다.
어찌도 그리 집을 잘 지을 수 있는지.
건축학을 배웠을 리 만무하고
수학이나 물리학을 배운 것도 아닐 텐데,
나뭇가지 사이의 텅 빈 공간에
어떻게 그리 단단한 집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다.
양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접착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초가 되게끔 잡아주는 것도 없는데
오로지 부리 하나로 나뭇가지 조각들을 날라다가
그 허공에서 서로 엮이게 하여
강풍에도 끄떡없는 집을 지을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까치의 건축술을 배워서
커다란 나무위에
나뭇가지들만 가지고 집을 지은 후
여름철 삼복더위 기간엔
그곳에서 룰 루 랄 라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