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교육 분야에 관하여

대학교 졸업식(학위 수여식) 참석 소감

밝은 창 2013. 4. 18. 11:55

 

 

 

요즘, 유치원 졸업식에 가보면 졸업하는 아이들이 사각모와 가운을 입고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보았다.

 

과거의 대학생 졸업식 장면이

이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대학교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장면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대부분의 학사들은

졸업식 행사에는 참여하질 않고  캠퍼스를 돌며 사진만 찍고 끝내거나,

아예 졸업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 졸업식(학위 수여식) 현장에 가보니

학사는 고사하고 석사도 별로 부각되지 못했다.

박사 정도 되어야 졸업하는 사람 같아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석사는 그렇다 쳐도 웬 박사가 그렇게나 많은지 원.

예전에 가보면 몇 명 되지 않았던 거 같은데.....

 

학위의 인플레가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품위나 격식 등은 자꾸 하향되면서 말이다.

 

 

학력 인플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에 이미 언급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대학교 졸업식(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본 소감을 간단히 피력하고 싶다.

 

학사 학위 수여식은 아예 없었고,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 수여식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약식으로 하고 있었다.

예전엔 최소한 박사 학위 수여자들에게는 일일이 총장이나 대학원장 등이 수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박사도 대표자들만 단상으로 불러서 수여하고 있었다.

나머지 졸업자들은 그냥 졸업식에 참석만 했다가 나중에  각자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명예박사 한명을 위한 식순은 많았다.

조금 과장되게 얘기하자면, 그 졸업식은 한사람의 명예박사를 위한 행사 같았다.

석, 박사들을 들러리로 세워놓고서 말이다.

 

마지막 순서인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는

학위 받는 사람에 대해서 여러모로 예우하는 게 눈에 보였다.

몇 사람이 나서서 그에 대한 찬사나 자세한 설명을 하였고,

대형 화면에서는 그간의 이력이나 업적 등을 보여주며 명예박사를 받을 만한 자격 갖추었다는 걸 홍보하고 있었다.

 

다른 졸업생 가족들은 멀리 뒤쪽에 별도로 있게 하면서

명예박사 가족들은 석, 박사들과 같이 식장의 앞쪽에 자리 잡게 했다.

그래서

석, 박사들은 수여식 내내 가족들의 접근이 아예 허락되지 않았는데 반하여,

명예박사 가족들은 단상으로 가서 꽃다발을 자연스레 전달하고 사진도 맘껏 찍었다.

 

어느 모로 보나

명예박사 위주의 학위수여식이라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명예박사는 학교에 거액의 돈을 내놓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응분의 대우를 해주는 거겠지.

 

하지만 학생들 졸업식에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별도로 그런 자리를 마련해도 되지 않는가.

명칭도 '명예박사 수여식' 이라고 내걸고 말이다.

 

물론 참석인원이나 분위기 등에서 차이는 나겠지만,

그렇다고

신성한 학위수여식을 돈 장사를 위한 장으로 활용하는 건  좀 심했다.

 

대학 관계자 입장에서는 '돈 장사'라는 용어가 듣기 거북하고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이미지에서 추락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며

보는 내내 참으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