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정치와 관련된 것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는 서로 협력할 줄은 모르고 싸울 줄만 안다.

밝은 창 2013. 1. 23. 10:27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얼마 전에 본 문구다.


참 간단하면서 명쾌하게 정리된 문장.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누군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아주 잘 꼬집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이분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도 보기 싫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용어의 본래 뜻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사전에 보수주의자란 '급격한 변화를 반대하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전통의 옹호나 현재의 유지 또는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자' 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진보주의자는 '사회의 모순을 점진적으로 해결하여 발전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이라고 되어 있다.


어느 쪽이든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협력하여 좋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수주의자나 진보주의자에 대한 개념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내포되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서로 상대를 부정하길 잘한다.

보수는 진보를 빨갱이 또는 종북세력이라고 욕하고, 진보는 보수를 수구 꼴통 또는 친일 기득권세력이라고 욕한다.


둘 다 극단적인 예만을 들면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 들은 뒤로 물러나 있기가 쉽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자료를 보면,

보수는 저학력 저소득층 그리고 중년이상의 연령층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진보는 고학력 고소득층 그리고 중년이하의 연령층에서 주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학력의 차이, 소득의 차이, 연령대의 차이로 서로 반대의 세력이 되었다는 거다.

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어 그 자료에 대한 얘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


나이가 많아지면 대부분이 보수주의자가 되기 쉬울 것이다.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젊은 층은 뭔가 변화를 추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따라서 중년이상의 연령대는 주로 보수를 지지하고 그 이하는 주로 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온 결과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득에 따른 분포는 조금 의외라고 해야겠다.

소득이 높은 사람은 보수를 선택해야 맞는 거 같고, 반대의 경우는 변화를 선호해야 맞는 거 같은데 오히려 반대로 나왔으니 말이다.

소득이 높고 사회적으로 안정되었으면 당연히 현재 상태가 유지되기를 원할 테고, 거꾸로 소득이 낮아 불만인 사람들은 변화를 원해야 맞는 거 아닌가?


상식적으로 봤을 때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왔으니 이상한 거다.

왜 이런 이상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내 나름대로 그 이유를 파악하고 있지만, 지금 그 얘기는 생략하련다.


자료의 내용 중에서는 '학력 의 차이' 부분이 앞에서 제시한 짧은 문장에 대한 해답의 일부를 주는 거 같다.

무슨 뜻이냐고?

일반적으로 고학력자들은 단결이 쉽지가 않다고 한다.

통일된 의견이나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우선 통일된 의견을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한다.

의견들이 다양하고 또 서로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생기는 현상 아니겠나.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또는 생각들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앞에서 리드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게 아니라 자기들 나름대로 분석해서 따를 것은 따르고 이의제기 할 것은 한다.


그러다보니 진보 진영의 세력이 커지면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 들기 쉽다.

리더를 중심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소리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력이 커지기 전에는 어느 정도 단결된 모습을 보이다가도 일단 세력이 커지거나 집권을 하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저마다 잘났다고 설쳐대니 심할 때는 중구난방인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보수 언론들은 이게 웬 떡이냐는 식으로 기사화한다.

분열된 모습이라고 확대 보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반인들은 그런 것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찬다.


단결되지 않고 분열된 모습을 자주 보여주니 못 믿을 집단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보도를 보며 인상을 찡그린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보수를 지지하게 되어 있다.

보수 언론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 아니겠나.



보수가 부패하기 쉽다는 것은 리드하는 사람들이 부패하기 쉽다는 뜻이겠지.

쉽게 말해서 그들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따르는 사람들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다보니 그런 짓을 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리고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은 생각이 모두 같기 때문에 끼리끼리 문화도 잘 발달한다.

그들은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아가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편법을 써서라도 자신들의 권력이나 재산을 지키려고 한다는 점이 같다.


그들은 또한 한번 손에 쥔 기득권을 자기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 한다.

따라서 기득권을 지키려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합법의 범위에서 그것이 어려울 거 같다고 판단되면 각종 비리와 탈법을 동원해서라도 기득권 유지와 승계를 도모한다.

자신들과 자기 자손들은 계속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수단을 다 동원해서 다수의 국민들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언론장악'이다.

물론 그 '보수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원래의 뜻과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비리와 부패는 단시간에 노출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고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차 알 길이 없다.

게다가 감추려고 최대한 노력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밖으로 드러나기가 쉽지 않다.

언론이나 사정기관이 파헤치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속으로 썩어 문드러져야 각종 비리와 부패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러면 그제야 일반인들은 경악한다.

당연히 비판 여론이 비등하겠지.

그리고 한동안은 그 내용을 파헤친 기사들이 넘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잠깐 동안 바글바글하고는 흐지부지 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도로 원위치다.



일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보수주의 세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公)적인 것 먼저이고 그 다음이 사(私)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진보주의 세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조금 더 강한 거 같다.


우리나라에서 '성장과 안보'는 보수 세력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그것은 과거의 '부국강병'이라는 용어와 같은 뜻.

자신의 이익보다 국가 전체의 성장과 군사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 아니겠나.


반면에 진보 세력이 좋아하는 문구는 '민주와 자유'다.

국민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식 때문에 기득권층의 특권의식을 싫어한다.

그리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50대 이상은 대부분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원래 나이를 먹다보면 진보 보다는 보수 쪽을 선호하게 되어있긴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있다.

이들 세대는 과거에 바로 '부국강병' '선공후사'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성장과 안보'라는 단어에 더 끌릴 수밖에 없다.


그들은 독재는 싫다고 하면서도 권력 행사는 일사불란하게 하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뭔가 어수선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진보세력에게 권력 맡기는 것을 싫어한다.

독재 시대를 겪으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오랫동안 그렇게 인식이 박혀왔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고 일의 진척이 조금 더딘 듯 보이는 법이지만,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볼 때는 영 못마땅한 것이다.

더군다나 진보세력은 종북세력이라는 낙인까지 찍어놨으니 더 말해 무엇 하나.


그런데 따지고 보면 공이 먼저냐 사가 먼저냐 하는 식으로 가르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공적인 것을 중요시 한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 개인들에게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는 거고, 사적인 것을 중요시 하는 것도 개인들의 경쟁력이 좋아져야 전체적인 힘이 실질적으로 강력해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는 거 아니겠나.


즉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로 장단점을 보완해서 협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도 서로 헐뜯고 싸우기만 하니 문제 아닌가.


앞에 있던 문장을 바꾸면 이렇게 되겠지.

보수는 부패하기 쉽고,

진보는 분열되기 쉽다.


그런데 문장 하나를 더 붙여야 될 거 같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협력할 줄은 모르고 싸울 줄만 안다.'


그런데 정치판의 이런 모습들은 사실 국민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정치인의 수준은 바로 그 나라 사람들의 수준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수준에 맞게 언행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하는 짓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수준을 알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 쯤 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