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사이
압구정동
밝은 창
2012. 8. 16. 19:00
장마철이 끝나고,
뙤약볕이 작열하던 날.
개들은 축 늘어져서
혓바닥을 길게 물고 있고,
거리엔 에어컨 소리만 요란하던 날.
밖에 보이는 사람들은
나무 그늘아래에서
부채질하며 멍한 표정을 짓던 바로 그날,
압구정동에 가보았다.
갑자기 그곳이 궁금해서다.
늘 살아 숨 쉬던 거리.
그곳도 별 수 없이 늘어져 있겠지.
헐떡거리고 있겠지.
그런 장면을 보기만 해도,
무척 재미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무작정 갔다.
그런데 아니었다.
역시 살아 숨 쉬는 거리.
그곳엔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얇거나 짧은 옷을 입은 젊은 남녀들이
거리를 젊게 만들고 있었다.
여기 저기 노천카페에서는
밝은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다.
햇볕은 다른 곳과 마찬가진데
늘어짐을 발견하긴 어려웠다.
나무가 푸를 때 멋있듯이
사람도 젊을 때가 보기 좋다.
압구정동에서 본 푸른 청춘들
그들에겐 젊음이 있기에
무조건 아름다웠다.
그들의 젊은 열기 앞에서는
한여름의 더위도 맥을 못 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