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방지를 위한 간단한 제언
외신에 의하자면 독일에서 그리스에 세무관련 전문가들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리스에 탈세를 막는 방법과 체납액 징수에 관하여 훈수를 둘 모양이다.
유로존의 채권국들과 국제통화기금에서 그리스의 만연한 탈세와 세금 체납도 그리스 경제위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고 그런 조치를 하기로 했단다.
그리스 언론에서 불쾌하다는 보도가 나온 모양이다.
당하는 국가의 언론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해당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병행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스 국민의 낙천적인 사고방식은 전부터 회자되어 왔었다.
놀기 좋아하고 쓰기 좋아하는 그들의 천성적 낙천주의가 이번 그리스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리스 국민성이 주범인지 아닌지는 설왕설래 하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것은 확실한 거 같다.
따라서 그 점에 대해서는 자성을 해봐야 된다는 생각이다.
남의 나라에서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훈수를 둔다고 하니 기분은 나쁘겠지만, 한번쯤은 돈을 꿔주었다가 제대로 받지 못할 지경에 처한 채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나?
그래야 같은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번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빚으로 얻은 돈을 가지고 무분별한 씀씀이로 일관하다가 갚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자 다른 나라 얘기는 이 정도에서 끝내고, 우리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과연 세금 징수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스와 비교하려는 건 아니다.
설마 우리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탈세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 총수나 금융 자본가 등이 관련된 각종 탈세 얘기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징수하지 못하는 체납액도 상당액에 이른다는 보도를 가끔 본다.
그런 보도들을 볼 때마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분노의 감정이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국방과 세금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세를 일삼거나 체납액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권리 주장은 더 철저히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는 화가 난다.
세금 징수에 관한 한 매우 엄격한 미국에서도 우리 교포들이 탈세를 하려고 시도하는 걸 많이 목격하고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소위 말하는 물증은 없었지만 심증은 충분히 있었다.
카드를 받지 않고 현찰만 고집하는 상점을 많이 보았는데,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결국은 다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거 아니겠는가.
국내에서 들인 버릇을 그곳에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세무사와 계약하여 감면 혜택은 빼놓지 않고 찾는 모습도 보았다.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법대로 세금을 다 내려고 하면 사업하기 힘들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될 수 있는 한 세금을 덜 내도록 노력해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얘기로 귀착된다.
세금을 너무 많이 걷는다는 얘기가 되겠지.
그런데 국세청 입장에서는 다른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매출이나 소득의 일정부분을 숨길 거라는 가정 하에 정책을 입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소리를 전에 관계자로부터 언뜻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서 받는 입장에서는 속일 것을 감안해서 법을 정했다는 거고, 내는 입장에서는 속일 수밖에 없도록 법을 만들었다고 투덜대는 꼴이다.
반면에 직장인 즉 근로소득자들은 유리알 소득이라고 한다.
세금에 100% 노출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돈을 훨씬 더 버는 자영업자들 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지금은 예전보다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세금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직도 카드를 내려고 하면 현찰과 가격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현찰을 내도록 유도하는 곳이 많고, 아예 카드는 받지 않는다는 곳도 있다.
현찰을 받는다 하더라도 현금 영수증을 챙겨주면 문제없겠지만, 그것도 달라고 하기 전에는 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집이 허다하고, 될 수 있으면 주지 않으려고 갖은 핑계를 대기도 한다.
이런 집들이 자꾸 줄어들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제안하고 싶은 주제는 탈세 신고제를 활성화하자는 거다.
물론 지금도 그런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탈세를 신고할 경우에 신분을 확실하게 밝혀야 하고 신고 내용도 자세하게 제출해야 하는데, 그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리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신분 노출이 되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꺼려지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나름대로 보호한다고 하는데도 대부분 노출되고 만단다.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탈세 사실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면 조사받는 사람이 누가 신고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자세한 기밀 사항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되기 때문에 금방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여간해서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을 바꿀 필요 없을까?
탈세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작성하지 않아도, 또 익명으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신고자가 자신을 숨기면서 임의로 신고를 하면 아무래도 허술하겠지.
그리고 엉터리로 신고하는 경우도 많을 테지.
그러니 그것을 근거로 무턱대고 조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여 그런 제도 자체를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안일무사 위주의 사고방식인 거 같다.
익명으로 하더라도 조사를 할 수는 있는 거 아닌가.
익명으로 탈세 관련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은 전에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 당시 그 의견에 대한 답변은, '익명으로 하면 너무나도 제보가 많아서 조사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로 기억 된다.
그리고 조금 전에 얘기했듯이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서 헛수고할 확률도 높단다.
당시에는 나도 그 답변에 수긍이 갔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당시 처럼 강건너 불 구경하듯 하지 않고, 조금 더 심각한 마음으로 생각해보니 그렇게 간단히 결론 내리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 같다는 거다.
익명으로 신고 들어온 것은 다 조사하는 것이 아니고, 그 중에서 무작위로 추린다든지, 신고 내용을 보고 복수 선택을 한 후에 다시 추려내어 조사한다든지, 아무튼 좋은 방법을 찾아내면 되지 않을까.
추려진 것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조사해보는 거다.
허탕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의외로 월척을 낚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위기 조성이다.
탈세를 하다가는 언제 어떻게 조사당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지는 효과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함부로 탈세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거지.
일종의 위축 효과( chilling effect).
독재자들이 정치적으로 가끔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는 좋지 않지만, 탈세를 막기 위해서는 나쁘지 않은 거 같다.
그렇게 해서 탈세 분위기 자체를 막을 수 있다면 왜 마다 하겠는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금 당장은 조사해봤자 허탕 칠 가능성도 있고, 효율적으로 따져보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금방 겉으로 드러나는 면만 봐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리고 너무 자세한 제보만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확실한 증거나 정황만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그건 마치 도둑이나 강도를 확실하게 붙잡아 놓고 신고하라는 얘기나 같다.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신고하고 싶어도 망설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기업주나 금융자본가 등이 탈세를 하고 있는 거 같은 의심할 만한 정황을 목격했거나 그런 내용을 들었으면 그 내용만 가지고도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디에 갔는데 카드 결제를 거부당했다든지, 현금영수증 발행을 해주지 않았다든지, 현금과의 차별을 요구하는 등 탈세를 하려는 정황이 있는 걸 알았다면 곧바로 아주 쉽게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증거니 뭐니 하면서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
번거롭지 않고 간단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실명으로 신고하면 추징된 세금에서 일정 부분을 신고자에게 상금으로 지급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익명으로 간단하게 신고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쉽게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고된 모든 것을 다 데이터화 하는 것이다.
어느 것도 버리지 말고 다 수집해서 자료화 할 필요 있다.
한동안 그렇게 해서 분류를 해보면 비교적 실질적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만들어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인 자료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바탕으로 적절한 세금 정책을 세울 수도 있고, 탈세를 막을 수도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볼 때는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조사에 필요한 인원이 부족하면 보충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정식 직원으로 모집하기 힘들면 한시적인 계약직으로 모집을 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보겠다는 마음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만 있으면 좋은 방법이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무행정은 더욱 철저해야한다.
대기업 총수나 금융 자본가에 대한 철저한 과세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행정이 좀 더 엄격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소 무리한 집행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조세 정의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바로미터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요사이 복지에 대한 요구가 많은 거 같다.
정치권에서도 그렇고, 언론과 관련 기관 등에서 봇물처럼 쏟아진다.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도 그렇고, 사회적인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복지라는 것이 말로 되는 것이 아니고 다 돈하고 관련된 거 아니겠나.
다시 말해서 세금이 잘 걷혀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탈세를 막고 복지 수요에도 부응하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좋은 방책을 연구하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시행하면서 익명신고제에 대한 것도 묘책을 강구해볼 필요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