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살아가는 이야기

신고정신을 살려야 한다.

밝은 창 2012. 3. 2. 20:22


 

지하철 안에서 여중생이 노골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승객들이 나 몰라라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시간대도 오후 5시 40분이라고 하니 한가할 때도 아니다.

그 시간에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해서 중국 사람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줄이야.


해당 뉴스가 인터넷 상에 뜨자 여러 얘기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 몇 가지를 거론하고 싶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잘못 개입했다가는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못 나선다는 얘기였다.

경찰 등에서는 전후 사정을 자세히 알아보려는 자세보다는 나타난 결과라든지 일방적인 주장 등에 의하여 처리하기 급급하다는 거다.


성추행이나 폭행 현장을 목격하고 말리다보면 본의 아니게 몸이 서로 부딪치게 되어 있다.

조금 심할 때는 서로 주먹이나 발길질이 오갈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 경우에 범인이 자신의 죄는 부인하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단다.

여자가 있어서 증언을 해주면 그나마 나을 수도 있는데, 둘이 치고 받는 와중에 여자는 무서워서 도망을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 억울하게 몰릴 수도 있단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해서 벌금을 물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매우 희귀한 케이스겠지만,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한 사람이 주위에 호소를 하거나 인터넷 상에서 사연을 털어놓으면 그 얘기는 삽시간에 퍼지게 되어있다.

너무 기가 막힌 일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비슷한 사례가 눈앞에서 펼쳐져도 선뜻 나서기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 등에서는 조사 과정을 좀 더 세심하게 해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거 같다.


그리고 또 있다.

신고를 하거나 증언을 하는 것도 꺼려진다는 거다.

그런 것을 하면 오라 가라 귀찮게 한단다.

그래서 차라리 눈감고 말아버린단다.

사실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순전히 사법당국의 필요에 의해 오라 가라 하는 번거로움을 준다면 누가 신고나 증언을 하고 싶겠나?

내가 볼 때는 오라고 할 게 아니라, 방해가 되지 않는 시간을 살펴서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신고 정신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증인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여중생 성추행 같은 범행 말고 중대한 범죄에 대한 증인으로 나섰을 때 얘기겠지만, 말 나온 김에 덧붙여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증인을 섰을 때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 있을 텐데, 거기에 대한 믿음이 아직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사실이라면 이거 문제 있다.

증인에 대한 보호는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철저하게 해야 한다.

끝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증인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겠나.


그동안의 보도에 의하자면 각종 대형사건 수사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신고나 제보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신고에 의해 묻혔던 사건의 내용이나 각종 비리 등이 세상에 표면화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신고 정신을 죽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적극 권장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범죄가 줄어들 거 아니겠나.

신고 정신이 활발하게 하려면 신고하거나 증언을 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고, 처리 과정도 허술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불신이 계속 누적되면 끔찍한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아무도 신고하거나 간섭하거나 증언하지 않으려고 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도 마음 놓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수시로 범죄가 들끓는 사회가 된다면 그야말로 끔찍하지 않겠는가.


경찰 등 관계 기관에서 앞장서서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말로만 국민의 공복이니 민중의 지팡이니 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거기에 맞게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