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11월의 은행나무

밝은 창 2011. 11. 14. 18:43

 

 

사랑받고 싶고

천년을 살고 싶어

문득

금관을 생각했지.


눈부신 황금색 옷

그래서 장만했던 거야.


초록색 옷을 벗고

황금색으로 갈아입으니

모두 다 감탄하더군.


햇살 좋은 날엔

내가 봐도 황홀했어.

너무 멋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벌써 지난 일이 되고 말았어.

이미 옷을 벗어 버렸거든.


화려한 옷은 오래 입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일찍 오면 일찍 가는 법.

세상 이치가 다 그렇잖아.


한동안은 차라리 아무것도 입지 않을 거야.

그냥 좋았던 여운으로 지내볼까 해.


지금 나에겐 추억만 남아있어.

아무것도 없어.


앙상한 뼈만 있는 내 몸엔

늙은 할미 젖꼭지 닮은

철지난 열매 몇 개 달려있을 뿐이야.


하지만 괜찮아.

내년이 또 있잖아.


그리고

어차피 천년을 살 건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