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영어)가 난무하는 현상에 대하여
영어 등 외국어가 우리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거 같다.
우선 거리의 많은 간판이 영어 등 외국어로 바뀌고 있다.
어느 동네에는 거의 대부분이 외국어(주로 영어) 일색이다.
한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내가 우리나라에 있는 건지, 어느 외국의 낯선 거리를 걷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살 때 봐도, 상품의 이름이 외국어로 된 것이 많다.
그뿐 아니다.
각종 서류나 전단지, 팸플릿, 또는 책자 등에도 외국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떤 전단지는 '너무 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영어 일색인 것도 있다.
신문 방송 등에서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어젠다' '패닉' 등의 단어는 이제 신문이나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던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었다.
이렇게 영어 등이 판을 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건 물어보나마나 우리 사회의 영어중시 사조가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어느 곳에서나 영어를 중요시 하니까 생겨난 현상이라는 거다.
요즘은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영어교육을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말과 글도 채 다 배우기 전에 영어교육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그때부터 시작하여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영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언어가 되고 말았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영어를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여기다보니
영어가 자연스럽게 언어 속에 녹아들어서,
젊은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꽤 많은 영어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음악도 마찬가지다.
근래에 나온 신곡들을 보면 영어로 된 가사가 꽤 많이 들어간 걸 알 수 있다.
영어를 모르면 우리나라 대중음악도 감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대학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고,
기업체나 단체에서도 영어 잘하는 사람을 우대한다.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영어를 필수적으로 잘 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와 같이 영어를 강조하는 것은
무역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어쨌든 이제 그 흐름은 대세가 되어 있다.
이런 저런 사정을 보면
영어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거 같다.
하지만 너무 심한 면이 많이 보인다.
우리 내부에서 우리끼리 통용되는 언어에 영어가 끼어들어서
이도 저도 아닌 대화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난무하고 있고,
그렇게 변화하는 속도 또한 매무 빠른 듯하다.
그리고 간판을 위시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아무도 나서서 지적하거나 제지하지 않으니까,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사용을 하다 보니, 더욱 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언어 표현이 붕괴될 거 같은 우려까지 든다.
외국인과 무역이나 협상을 위해 대화할 때야 당연히 영어를 써야겠지.
하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도 단어 선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이미 외래어가 되어버린 단어라든지
어쩔 수 없이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 단어 등은 제외해야겠지만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자제를 해야 하지 않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젊은이들의 당당한 모습은 참으로 기대된다.
그들이 영어와 여러 지식을 무기로 하여 외국인들과 당당하게 겨루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젊은 세대는 희망적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기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그들에게서 우리의 것을 지키는 모습도 보고 싶다.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나가야, 남들이 우습게보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간판 천지인 우리나라 거리를 보고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나라의 수준을 높게 판단할까?
내가 볼 때는 정반대다.
우리나라를 우습게볼 확률이 높다는 거다.
가뜩이나 그들은 '바나나' 따위의 용어를 사용하며 동양인을 비웃기도 한다.
(바나나 : 겉은 노란 색인데 안에는 흰색으로 꽉 차있는 바나나를 빗대어 백인을 동경하는 동양인을 일컬을 때 쓰는 말)
그네들 말대로 '바나나' 천지인 곳에 가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건 뻔한 거 아니겠나?
예를 들어서
한국인을 동경하며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거리에 온통 한글 간판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우리 말을 섞어 쓰면서 한국을 본받고 싶어 한다면,
한국인이 그 나라에 갔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쭐해지지 않겠는가.
세계를 상대로 협상이나 무역 등을 할 때 필요하기 때문에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시켜가면서까지 거기에만 매달리는 건...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먹칠하는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 같아서 걱정스럽다는 거다.
거리에 영어 간판이 난무하고,
먹는 음식도 영미 식으로 바뀌고,
최신 미국 드라마에 열광하고,
유행하는 음악들은 영어 가사가 넘쳐나고,
일상 생활에서 영어로 대화하고,
심지어는 그들의 풍습까지 따르고 있으니,,, 이거 문제 아닌가.
그야말로 '바나나'들 천국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촌스럽다.
이제는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남의 장점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지켜나가면서 그래야 한다.
뿌리를 잘 지켜야 튼튼해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뿌리가 부실해지면 아무리 좋은 가지를 접목해도 오래가지 못하는 법.
잠깐 반짝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무너진다.
영어를 진짜 잘하는 사람은 절대로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남발하지 않는다.
협상이나 무역을 할 때는 상대방과 당당하게 대화에 임하고,
끝나고 나서는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그들이 우리나라 말이나 풍습을 배우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 태도에 늘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리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토속적인 것을 즐겨 찾는다.
이것이 바로 세련된 태도 아니겠나.
나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이렇게 세련되길 간절히 바란다.
PS.
전에 시각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과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 들렀을 때,
그는 영어로 된 글자꼴을 가지고 이리저리 맞추면서 좋은 작품을 구상하는 거 같았었다.
그가 하는 작업을 지켜보다가 쉬는 시간에 물어보았다.
아까 잠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니 대부분이 외국어로 된 것 이든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그랬더니 고객의 주문이 대부분 그렇게 들어오기 때문에 그리 되었단다.
즉 고객이 그렇게 해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거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디자인하는 곳에서도 약간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자신들이 디자인을 해보면
한글로 하는 것보다 외국어로 했을 때 훨씬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권유하는 측면도 있다는 거다.
한글로 디자인해놓으면 제대로 된 맛이 나타나질 않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아예 제품이나 회사 이름을 지을 때부터 그 점을 고려하게끔 한단다.
제품포장을 한글로 디자인 해놓고 보면
뭔가 어색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은 느낌이 나기 때문에 고객회사에 그 점을 은근히 강조한단다.
그리고 간판도 같은 맥락으로 권유한다고 한다.
알파벳의 글자모양은 매우 다양하게 되어 있어서
디자인하기도 쉽다고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데도
조금씩 다른 모양의 글자꼴들 모음 책자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종류가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한글은 그만큼 다양하지 않단다.
그래서 더 꺼려진다는 거다
.
한글의 글자꼴도 보여주었는데,
내 생각보다는 많았지만, 알파벳에 비해서는 훨씬 적었던 걸로 기억한다.
꽤 오래전의 기억이니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아마 커다란 진전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글자꼴 만드는 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든, 간판을 제작하든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영어는 우대를 받고 반대로 한글은 무시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 내가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