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10월의 목련꽃

밝은 창 2011. 10. 15. 18:14

 

 

 

     10월의 목련꽃

 

                           은산

 

10월 중순의 저녁 무렵엔,

가로등 밑의 나무에 가보라.

목련 꽃들이 거기 있을 것이다.


하얀 꽃봉오리들이 탐스럽게 모여 있을 거다.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들.

청초한 그 모습들이 너무 예뻐서 저절로 탄성도 터질 거다.


참, 깜박 잊고 얘기하지 않을 뻔 했다.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마라.

꽃봉오리들이 아련히 보이면 그 자리에서 멈춰라.


생각도 멈춰라.

아니? 지금이 어느 땐데? 따위의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라.

그럴 시간에 더 분위기를 즐겨라.


더 이상 다가가면 마술이 벌어질 거다.

틀림없다.

꽃들이 듬성듬성 잎사귀들로 변할 거다.


그런데 그것은 나무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이 다가가는 것을 싫어하는,

회색 하늘과 파르스름한 불빛의 장난이다.


장난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더 이상 다가가지 않으면 된다.

그 뿐이다.

꽃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맘때쯤,

저녁 하늘이 어스름해지면,

막 켜지기 시작한 가로등 밑에 가보라.

그곳에서 목련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대는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