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경제와 관련된 것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

밝은 창 2011. 7. 22. 16:18

 

 

오랜만에 사이다를 마시다가 잠시 상념에 사로 잡혔다.

어렸을 적에 사이다를 제법 많이 마셔봤기 때문에, 그 때의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

요즘은 '롯데 칠성 사이다' 상표를 달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냥 '칠성사이다'였다.

변변한 음료가 별로 없던 그 시절에 '칠성사이다'는 소풍이나 여행의 동반자 구실을 톡톡히 했었지.

그래서 지금 나이 많은 사람들의 향수 속에 꼭 등장하는 제품 중 하나다.

 

그런데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이다 하면 그 상표가 각광을 받으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몇몇 경쟁 제품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특히 미국의 코카콜라 회사가 그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광고를 쏟아 부으며, '킨 사이다'라는 제품을 가지고 우리나라 사이다 시장에 강력하게 도전했었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칠성'이라는 이름은, 이북에서 월남한 친구들 일곱 명이서 뜻을 모아 설립한 회사라서 그렇게 지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쉽게 말해서 일곱 명이 동업한 회사였다는 거지.

오늘 내가 주목하는 내용은 바로 이 동업에 관한 것.

옛날 생각이야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이고, 그 회사가 동업으로 유명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더 생각이 났다.

흔한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에서 동업을 하면 깨진다는 불문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동안 주위에서 동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보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동업을 아주 성공적으로 잘 꾸려간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나중에 롯데 그룹에 팔려서 지금은 롯데 칠성사이다가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동업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신문 기사를 보니,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협동조합 형태의 대형 유통 회사나 은행 등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직 그런 기업의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미래 기업 형태의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성장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지역 사회와 같이 발전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2008년에 있었던 국제적인 금융위기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알다시피 지금 대부분의 기업 형태는 주식회사다.

그런데 주식회사 역시 동업의 한 형태다.

자본금에 맞춰 발행된 주식을 여러 사람들이, 자기가 투자하고 싶은 액수만큼 사는 형태로 하여 회사를 설립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돈을 모아서 기업을 세우고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해나가는 회사이기 때문에 크게 보아서 동업이 되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주식 한 장당 한 표의 권리가 있다는 것.

한 사람이 100장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100표를, 1000장을 가지고 있으면 1000표를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50%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명일 경우, 결국은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그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한명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끼리 나누어 갖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주식 소유 명부를 보면 소위 '특수 관계인' 이라고 되어있는데, 바로 그 경우다.

특수 관계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주식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귀착되기 때문이다.

 

50% 이상을 소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식의 분포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을 경우엔 불과 10 ~20%만 가지고 있어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머지 사람들이 뭉쳐서 의사표시할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심한 경우엔 그보다 더 낮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가능한 경우도 있다.

즉 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 부침을 달리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주식회사는 또 다른 맹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조건적인 이익 추구'라는 거다.

회사를 운영하여 그 이익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형태를 취하고, 그 실적에 따라 주식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익의 극대화는 주식회사의 숙명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주주들은 다른 것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이익을 얼마나 냈느냐와, 앞으로의 이익 전망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만 따지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각종 주식의 가격은 바로 그것에 의해 결정되는 거 아닌가.

따라서 이익추구만 하다가 자칫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다.

 

국제적인 금융위기 때 세계적으로 제법 유명한 회사나 금융기관들이 파산을 하거나 엄청난 시련을 감내해야 했던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모두 안정성 보다는 이익우선주의에 매몰되어 움직였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즉 이익을 좇아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주식회사에서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주식회사의 이런 맹점들 때문에 여러 가지 폐해가 잇따르자, 뜻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 중에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협동조합 기업.

주식 한 장당 한 표의 권리가 있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기업은 참여한 인원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모든 결정이 조금 느리고 답답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안정 위주의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어서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기업형태라는 거다.

여러 사람들의 중지를 모으다보면 안전한 길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리라.

 

아직 그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기 때문에 장단점 파악은 뒤로 미루어야 할 거 같다.

하지만 미래의 기업 형태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관심을 집중해서 봐야겠다.

마침 유엔에서도 내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고 하니, 내년에는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