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에서 바라본 시각.
최근에 '신정아'라는 인물이 다시 세간의 각광을 받는 거 같다.
2007년 한해를 풍미했던 이른바 신정아 사건이라는 것의 핵심은 그녀가 미국 예일대에서 받았다는 박사학위가 가짜였다는 것이었다.
가짜를 바탕으로 동국대에서 교수 임용이 되었고, 그 이후로 여러가지 요직에 발탁되었으니 일종의 사기행위라는 거다.
그래서 법의 심판을 받은 거 아니겠나.
그 이외에는 대부분 언론에서 부풀렸거나 억측을 한 것들 이었던 거 같다.
'아님 말고' 식의 일부 언론 행태가 또 다시 위력을 발휘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예일대에서 동국대에 신정아의 박사학위를 증명하는 확인서를 보내주었다는 사실이다.
사건이 표면화되면서 예일대가 자기들의 실수 였다고 해명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박사학위를 확인해준 것만은 확실한 거다.
그렇다면 그 당시까지는 예일대에 신정아의 학위 등록 기록이 있었다는 얘기가 성립된다.
아무런 기록이 없는데도 증명서을 발급해줄 학교는 없을테니까.
그것도 허접한 대학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명문대 아닌가.
바로 이점이 그동안 내가 궁금해 했던 내용이었다.
예일대가 왜 그랬을까?
그리고 지금은 왜 기록이 없다고 얘기할까?
그랬는데,
최근에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고 그 궁금했던 실체의 윤곽이 그려졌다.
미국에서는 학위가 허위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사후에라도 즉각 취소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예일대는 신정아 사건이 표면화 되면서, 신정아가 편법으로 학위를 땄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래서 즉시 그 학위 기록을 삭제한 거다.
학위 자체가 그렇게 커다란 의미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겠지.
사실 미국에서는 학위든 자격증이든 그 자체에는 크게 무게를 부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취득한 다음이다.
취득한 다음에 사회에서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체제이기 때문에, 학위나 자격증이 주는 이익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것 자체가 커다란 의미를 갖는 우리나라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학위나 자격증을 취득하면 그때부터 하나의 기득권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찌보면 그거 하나로 평생을 보장받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기본 자격을 취득한 걸로 밖에는 인식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은 매우 흔하다.
그래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 중에는, 그것이 거의 유명무실한 경우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실업자로 빌빌대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도 비일비재 하다.
요컨대, 그들은 학위나 자격증 취득에 크렇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냥 기본적인 자질을 인정받았다는 정도랄까?
아뭏든 우리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우리의 시각으로 그들의 학위나 자격증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에 미국의 대학 박사 학위가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기득권으로 통하는 증명서 역할을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학 교수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선진국에서 박사학위를 따온 사람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거의 교수나 사회 지도층으로 진입했다.
그러니 그 다음부터 해외로 유학을 가는 풍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코스.
나중에는 조기유학 열풍까지 불지 않았던가.
이제는 그들의 시각으로 학위나 자격증을 바라보자.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이 발급한 것이니까.
그리고 이번에 신정아 사건 때문에 알려진 것이지만,
그동안 미국 등에서 학위를 받아온 사람들 중에는, 신정아 처럼 편법으로 학위를 딴 사람이 분명히 있다.
어쩌면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꽤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신정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러니 자세히 뒤져보면,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거들먹거리며 행세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미국에서는 학위 자체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학사 관리에 구멍은 많을 것이다.
편법 수강이나 대리 논문제출 등이 가능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모 인기 가수의 미국 서부 명문대 학위 취득 여부를 파헤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나라 처럼 일정 수준의 논문을 반드시 요구한다든지 하는 절차 없이도 학위 취득이 가능한 곳이 미국이다.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미국 박사학위를 맹신해왔다.
그것을 따온 사람들을 우대하고,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주장을 존중해온 면이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고유의 것은 무시되거나 간단히 치부해 버리고, 미국식 사고방식이 판을치는 모양새가 이어져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사회 곳곳에 뿌리가 깊이 박혀있다.
때로는 모든 사회 정의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