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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신뢰... 쌓여야 한다. 본문

단상 ; 정치와 관련된 것

정치적인 신뢰... 쌓여야 한다.

밝은 창 2014. 5. 3. 22:28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왜군을 물리치고 한양을 지키겠다고 큰소리치던 선조 임금은, 왜군이 다가오자 한양을 버리고 몰래 야반도주를 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남은 백성들은 갖은 고초를 당한다.


육이오 때,

이승만 대통령은 불안에 떠는 서울 시민들에게 서울을 사수할 테니 걱정마라고 방송해놓곤, 정작 본인은 대전 이남으로 도망가면서,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켜야 한다며 한강다리까지 폭파시켰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은 피난도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선뜻 믿어지지 않지만, 분명히 있었던 사실들이다.

대표적인 것만 추려서 그렇지,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사례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왕이나 대통령이 아니고 그 밑에 해당하는 계급들이나 지방 수령들 또는 조직의 장들이 저지른 사례까지 더하면, 아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당연히 그때마다 힘없는 백성들과 서민들 또는 말단 조직원들은 피해를 보거나 고초를 당했다.


우리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렇게 슬프고 부끄러운 역사가 쌓여왔다.

불신의 역사다.


윗물이 탁하니 아랫물도 순차적으로 탁해질 것은 당연한 순서.

권력 좀 있다는 사람들 중의 많은 수가 비슷한 짓을 했다.

그들은 평소에는 권력을 맘껏 휘두르다가, 결정적인 순간엔 자신들 살 궁리만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반 백성들의 마음속에는 불신풍토가 생겨날 수밖에.


불신풍토.

이거 사실 큰 문제 아닌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국가든 조직이든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무리 애써도 알맹이는 부실한 채, 껍데기만 그럴싸하게 만들고 끝날 확률 높다.

즉 겉으로는 뭔가 되는 거 같은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엉터리라서, 결정적일 때 힘을 쓸 수가 없다.


설령 알맹이가 잘 만들어졌다 해도 별 차이는 없다.

각자 자기 살길 찾느라 바쁘기 때문에, 실제 운용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러고 나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어느 정치인이 우리 국민들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문제? ... 있지.

그런데 그 말을 하기 전에 그렇게 된 원인을 한번이라도 따져보았는지 묻고 싶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그것의 원인이 있는 법.

그걸 찾아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았는지 묻고 싶은 거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일반 서민들이 서로 '네 탓' 하듯이, 그렇게 문제제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우선적으로 대통령을 위시한 정치 지도자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노력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윗물이 맑아지면, 아랫물도 맑아지게 되어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윗물이 맑아졌다고 아랫물이 금방 맑아질 수는 없는 법.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 하다.

오랫동안 탁한 채 있었다면, 더욱 더 그렇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인내를 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믿음을 심어줘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생각해보자.

오랜 기간 동안 못 믿게 해놓고, 갑자기 이제부터 믿으라면 믿겠는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선실에서 조용히 기다리다 참변을 당한 희생자들.

그들은 밖의 상황을 모르니 안내방송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육이오 때 전쟁 상황을 모르니 대통령의 방송을 믿고 기다렸듯이...


그런데 어땠나?


그런 일이 있어선 절대로 안 되겠지만, 만약 가까운 시일 내로 해난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이번엔 선장이 상황을 잘 판단했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치자.

그래서 선실에 그대로 대기하라고 방송한다면, 그 방송에 따를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사실은 거기에 따라야 하는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해난 사고가 났을 때 바다로 뛰어드는 것보다 오히려 배 안에 그냥 있는 게 더 좋은 경우도 많단다.

즉 선장의 상황판단과 조치가 아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현재로서는 그런 얘기가 귀에 들어오기 힘들 것이다.

선장들이 상황판단을 잘 할 수 있고, 승객들을 위해 최선의 조치를 한다는 믿음을 가지려면 그러한 사례들이 쌓여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 것들을 계속 보거나 겪었을 때, 사람들은 믿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