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와 수필 사이 (94)
밝은 창
맑고 초롱초롱한 아이들 눈망울 속에 편편한 갈색 도형들이 하나 둘 셋 넷 차례로 피어났다 지곤 했던 골목 한쪽.
아침에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중 문득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으드득 추운 날 다른 곳이 아닌 집안에서 맘 놓고 온수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고 감사한 일인가. 얘들아 너흰 이런 기분 모르지? 집안 내에 욕실이 있는 것은 당연한 거고 온수가 나오는 ..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집수리 전문집 사장. 오늘 무척 오랜만에 봤다. 그런데 세상에 ! 완전 초로의 할배가 되어있네. 그 사람이 초창기에 우리 집을 수리해주었을 때, 젊고 패기 있게 일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는데, 그렇게 젊었을 때의 모습..
밤사이엔 비밀이 많이 생기나 봐. 말 못할 비밀들이 어둠속에서 조용히 만들어지는 모양이야. 아침이 되면 여기 저기 상기된 얼굴들이 많이 보여. 뭔가 비밀을 간직한 그런 표정들 말이야. 아침햇살에 비쳐진 그 모습들을 보면 '새날은 새 비밀로 맞이해야 한다.'는, 어떤 당위성 같은 게 ..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 서로 마주보고 앉은 남녀. 남자가 웃으며 속으로 예쁘지도 못하면서 꼴에 예쁜 척 하기는. 여자도 웃으며 속으로 난 어째 이런 이상한 놈만 걸리는 걸까.
달력을 찢었다. 쫙 ~ 경쾌하다. 세월이 빠른 만큼 소리 또한 거침없다. 쫙 ~~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이명 은산 내 귀속엔 매미가 산다. 아주 징글징글한 놈이다. 한여름 낮 시간을 점령하는 극성스런 매미도 이놈에 비하면 양반이다. 매미는 여름에만 그것도 낮에만 그러지 않나. 그런데 이노무 자슥은 계절도 따로 없고 심지어 낮과 밤 구분조차 없다.
모든 것은 순간이다. 지나고 나면 끝. 지속되는 건 없다. 순간의 영광. 순간의 기쁨. 순간의 슬픔. 순간의 창피. 순간의 무상. 순간의 만족. 순간의 분노. 무념무상의 순간. 흘러가는 시간은 순간들의 연속일 뿐. 그냥 이어진 순간들일 뿐. 그런데도 어느 한 순간에 매몰되어 그 이후의 많은 시간을 착각 속에 사는 바보, 생각보다 많다. 나 또한 그 중의 하나다. ㅎ
깨달음 은산 삶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싶다. 부대끼며 사는 가운데에서도 얼마든지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꼭 고행을 하거나 명상 등을 해야만 얻을 수 있나? 아마 그렇지 않을 거다. 깨달음이란 사실 뭐 대단한 게 아닐 것이다. 밥 먹다 우연히 떠오를 수도 있고 똥 누다 갑자기 생각날 ..